[마켓파워]철강 구조조정 압박...‘유동성’ 부담 시달리는 동국제강

이후섭 기자 기사승인 2016. 1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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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만기 사채 3400억원...자산매각·차환발행 등 자금조달 여념없어
단기차입금 1조2753억원, 순차입금비율 81%...유동성 대응능력 키워야
위기 모면 '버티기 작전' 한계..."근본적인 업황개선 이뤄져야"
철강업체순차입금비율추이
정부가 철강 구조조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유동성’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내년초에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만 3400억원에 달해 동국제강은 자금조달에 여념이 없다.

자산 매각과 차환 발행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를 넘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1조2000억원이 넘는 단기차입금이 남아있어 유동성 대응능력을 키우는게 시급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금의 ‘버티기 작전’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내년 철강산업 업황은 그리 밝지가 않다.

다만 동국제강은 봉형강 특수를 통한 올해의 실적 개선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와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내년 1월 상환해야 할 사채는 개별 기준 3400억원 규모다. 다음달 10일 외화공모사채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의 만기가 다가오며, 26일에는 원화공모사채 17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는 올해 3분기말 기준 동국제강의 현금성자산 3077억원을 300억원가량 상회하는 수준이다.

동국제강은 보유 현금을 활용해 원화공모사채를 해결하고, 외화공모사채는 차환을 진행한다. 해당 사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나머지 1200억원에 대해서는 사모사채를 발행한다.

이번 파고를 넘겨도 자금 부담은 여전하다. 1년이내에 갚아야할 동국제강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올해 3분기말 기준 1조2753억원에 달해 전체 부채의 34.7%에 해당한다. 동국제강의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비율은 81.4%로 포스코(5.8%)·현대제철(27.5%)·세아제강(15.7%)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급속히 저하된 동국제강의 유동성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왔다. 업황 악화와 경쟁사 진입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투자부담 지속 등으로 동국제강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4년 ‘A’ 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은 현재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동국제강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2년여 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진행했다. 약정 종료 이후에도 올해 9월 포항2부두 이용권을 계열사 인터지스에 219억원에 양도하고, 국제종합기계 지분 전량을 311억원에 처분했다. 이달 DK유아이엘 지분 34.8% 전량을 587억원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신용등급 저하로 사실상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한 동국제강 입장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뱅커스 유산스 등을 제하면 실제적인 단기차입금 규모는 5300억원 수준”이라며 “기존의 현금성자산과 올해 3분기 이후 자산을 팔아 마련된 1000억원을 감안하면 자금 여력은 충분하며,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페럼인프라 주식(1200만주) 처분과 관련해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포항 제2후판 공장 설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영업현금흐름을 제하고도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인데다, 실적 개선세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년 영업손실 670억원을 기록했던 동국제강은 지난해 1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3분기말 기준 1902억원으로 집계되며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은 내년 국내 철강산업의 사업환경을 부정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철강재 소비 부진이 전망되는 가운데 건설·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내수가 감소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경기 호황 수혜를 본 동국제강의 실적 개선세는 산업간 시간차로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겠으나,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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