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두산 ‘네오플럭스’, 미운오리에서 백조되나

이진석,장일환 기자 기사승인 2016. 12. 0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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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매각설도 돌았던 두산의 네오플럭스가 천덕꾸러기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불허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그룹의 품을 떠날 뻔했지만 두산과 네오홀딩스로 인적분할하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상태다. 또한 최근 꾸준히 실적이 상승한데다 그룹의 마지막 남은 금융계열사로 향후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오플럭스는 두산 오너 일가들이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그룹의 지원을 받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평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매출액 169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 비해 매출액은 40%가량, 영업이익은 약 277%나 늘었다.

네오플럭스는 두산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 등 두산가(家) 4세들을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벤처캐피탈업체다. 설립 초부터 업계의 선두주자로 치고나오면서 2011년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배기 금융자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2004년에는 4세 경영인인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 상무를 맡으면서 경영수업의 창구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러나 2009년 두산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현행 공정거래법 상 정리 대상이 됐다.

두산은 2012년 초 네오플럭스를 비롯해 두산캐피탈·BNG증권 등 금융자회사 3곳에 대한 매각에 착수했다. 지지부진한 매각과정을 거쳐 두산캐피탈은 지난해 매각됐고, BNG증권은 2014년 자체적으로 청산절차를 밟아 두산 계열사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2012년 말 네오홀딩스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주)두산이 보유한 네오플럭스의 지분(당시 67%)을 넘기는 방식으로 인적분할을 진행했다. 네오플럭스는 모회사 네오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박용곤 명예회장인데다 나머지 지분도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2013년 네오플럭스의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전까지 모그룹과 맺은 경영컨설팅 계약 등 내부거래로 절반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지만, 인적분할 과정에서 컨설팅 부분이 본사에 이관되면서 수익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인수합병(M&A) 등 업무를 청산하고 중소·벤처기업 창업투자 부문에 집중하면서 건실한 성장을 기록하는 반전에 성공했다. 2014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배 가량 늘어난 22억원을 기록하고, 이듬해에는 3배 넘게 뛰어올랐다. 사실 이 같은 성장세는 두산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신생벤처캐피탈의 경우 가장 큰 난관이 투자처 발굴인데,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일가의 개인 벤처캐피털 회사이기 때문에 두산 계열사가 남 대하듯 할 수 없는 속사정도 작용했다.

지난해 벤처 및 사모 투자를 통해 얻은 관리보수와 지분법이익이 각각 57억원·100억원에 이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년보다 관리보수(65억원) 수익이 다소 줄었지만, 지분법이익(22억원)이 크게 늘었다. 현재 네오플럭스는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미래창조 네오플럭스 투자조합’·‘KoFC-Neoplux R&D-Biz Creation 2013-1호 투자조합’ 등 IT·바이오·전자장비와 같은 업종에 투자하는 벤처조합을 운용 중이다.

벤처캐피탈업체 관계자는 “네오플럭스는 IT·바이오 등 분야의 ”사모펀드(PE)와 벤처투자 영역에서 성과가 좋은 편에 속한다“며 ”운용할 수 있는 재원도 충분해 보여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장상황도 좋은 편이다. 벤처기업의 수는 2006년 1만2000여개에서 2014년 3만여개, 지난해에는 3만1000여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의 수만큼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실적이 좋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으로, 투자 회사다 보니까 환경에 따라서 향후 실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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