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돈줄 막힌 롯데, 단기자금 ‘CP’로 연명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6. 0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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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이 전면 중단되며 돈줄이 꽉 막힌 롯데그룹이 기업어음(CP)을 통한 단기자금 조달로 연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비자금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로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불거지자, 지난 6월 호텔롯데 상장 철회에 이어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마저 미룬 상황이다.

CP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사회 결의 없이 기업 대표의 직권으로 발행이 가능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 어렵거나 신용도가 낮은 회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문제는 차입금 만기가 짧아지며 재무안전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신용 위험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경색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호텔·면세점 확장, 롯데월드타워 건설’ 등의 장기 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9곳(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칠성·롯데제과·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알미늄·롯데렌탈)의 CP 발행잔액은 총 4조5935억원이다.

호텔롯데가 1조6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 6월 상장을 철회한 이후 자금 조달 창구가 꽉 막히자 본격적으로 CP 발행을 늘리기 시작했다. 만기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올해 5월까지만해도 만기가 3개월 이내였으나, 지난 6월 16일 발행한 1500억원 어치의 CP의 발행 만기는 1년이다.

지난달 첫 CP를 발행한 롯데물산도 두달새 네 차례에 걸쳐 3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6월 진행하려던 회사채 발행 계획이 전면 중단되자 어쩔 수 없이 CP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월드타워를 준공 중인 롯데물산이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만 7800억원에 달해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칠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채 발행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난 6월 CP시장에서 마련한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한다. 만기도 1년 단위로 길어졌다. 특히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이 현금성 자산을 넘어서고 있어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칠성의 지난 1분기말 기준 유동부채는 9500억원 규모지만 현금성 자산은 1879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약 4년만에 3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던 롯데케미칼도 그룹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또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인해 롯데케미칼 총 차입금은 지난 6월 기준 3조7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자금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방위적으로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상황이 단기간에 정리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최소 정권이 바뀐 후에나 상황이 마무리될 텐데, 남은 6개월을 어떻게 버티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 여부”라며 “CP 발행에 따라 재무안전성이 낮아지며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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