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BW 발행 나선 금호기업…배경은?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6. 07.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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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기업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 가운데, 이번 자금 조달이 금호타이어 인수 및 그룹 재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단순 차입 형태가 아닌 주식관련사채를 발행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지배력을 좌지우지하는 지주사의 경우 신주 발행으로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BW 발행은 리스크 큰 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해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기업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약 229억원(2000만 달러) 규모의 기명식 비분리형 사모 BW를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스프링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Spring Partners Investment Limited)’에 발행했다.

이 BW는 금호기업의 보통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로, 만기일은 2026년 7월 11일이다. 1년 뒤인 내년 7월 12일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하며, 1주당 행사가액은 15만원이다. 총 15만2533주를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자금 용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된 비사업 지주사로,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단순 운영 차원에서 마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다. 금호기업이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 인수를 위해 빌린 돈만 3000억원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식 수준에서 단순 계산할 경우 스프링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게될 금호기업의 지분은 5% 가량으로,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 등장한 FI가 향후 금호타이어 인수 시 박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번 BW 발행이 선 인센티브 거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일 뿐”이라며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고 전략적투자자(SI)와 FI를 모집해 공개 경쟁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측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제3자 양도 불가’ 입장을 밝히며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계열사에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금호터미널을 통한 인수대금 확보 가능성도 높다. 3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자금의 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박 회장이 이 자금을 빌린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금호타이어의 매각가가 1조원 수준인데, 추가 자금을 마련할 재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매각 흥행여부에 따라 채권단의 ‘제3자 양도 금지’ 조항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어 막판까지 인수 주체가 누가 될 지 알 수 없다”며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글로벌 타이어 업체가 인수전에 대거 뛰어들 것으로 예측돼 박 회장이 홀로 자금을 유치해야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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