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롯데그룹, 유동성 ‘악화일로’…올 들어 현금성자산 ‘뚝’

임초롱,장일환 기자 기사승인 2016. 07.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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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올 들어서만 5700억원가량 급감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 확대로 롯데그룹의 유동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뢰와 신용도가 생명인 회사채 시장에서조차 외면받고 있어 롯데그룹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10곳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2318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말 3조7956억원에 비해 14.9% 감소한 수준으로, 3개월 만에 5638억원이 줄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지난해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건재했던 롯데그룹의 유동성이 한 풀 꺾이면서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지난 6월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호텔롯데다. 그룹 내에서 롯데쇼핑과 함께 실질적인 양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262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906억원으로 45%나 줄었다.

당초 호텔롯데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5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무기한 연기했다. 이와 함께 호텔롯데는 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려던 계획도 잠정 보류했다.

호텔롯데와 함께 롯데하이마트의 현금성자산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롯데하이마트의 현금성자산은 1298억원에서 765억원으로 41% 줄었다.

이밖에 롯데손해보험이 38.7% 줄어든 2444억원, 롯데제과는 29.1% 감소한 1157억원, 롯데건설은 25.24% 하락한 2263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중이다.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현대정보기술도 각각 20.1%, 18.1%, 16.7%씩 낙폭을 그리면서 913억원, 1390억원, 10억원을 기록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4.7% 줄어든 5516억원이었으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1조4113억원에서 1조4954억원으로 늘었지만 증가폭이 미미하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이 2분기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유동성이 이보다 더 경색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연내에 상환해야 하는 총 차입금은 1조1050억원이다. 이는 현재까지 집계된 롯데그룹의 현금성자산의 40%에 달하는 액수다. 당장은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에 문제되진 않지만 현재 롯데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총 차입금이 19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당분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용도가 중요한 회사채 시장에서 검찰의 비자금 수사라는 악재는 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재정상황이 녹록하진 않지만, 검찰수사로 인해 올해 예정됐던 9조원 규모의 신규투자 또한 전부 중단돼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문제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검찰수사가 마무리되고 원래 계획대로 면세사업 확장이나 롯데케미칼의 인수·합병(M&A) 등을 재개할 경우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성자산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현금·수표·당좌예금 등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타 정형화된 상품으로 단기자금 운용 목적으로 소유하거나 기한이 1년 내 도래하는 것 포함)을 더해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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