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한화투자증권, 한화건설 EB 흥행 부진에 손실 우려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6. 06.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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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이 이달 초 떠안았던 한화건설 교환사채(EB) 미매각 물량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계열사인 한화건설이 발행한 증권을 3개월 내에 매각해야 하는데,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EB 가격이 인수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일부 매각되지 않는 물량은 교환 대상인 한화생명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한화건설 EB 미매각 물량으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행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일 총 2500억원 규모의 한화건설 EB 중 300억원가량을 인수했다. 이 중 현재까지 한화투자증권이 매각한 물량은 3분의 1 수준인 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은 2개월 동안 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각해야 하지만, 투자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교환 대상인 한화생명의 향후 주가전망이 밝지 않아 한화건설 EB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한화건설 EB는 9790원에 거래됐다. 한화투자증권의 인수가 980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빠른 시간 내 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만약 채권시장에서 물량을 모두 해소하지 못할 경우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매각해야 하는데, 현재 한화생명 주가는 6000원까지 떨어져 교환가액(7420원)을 밑돌고 있어 최대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당분간 주가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자본 규제 강화로 인한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주가는 역사적으로 최저 구간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57배 까지 하락해 작은 호재에도 쉽게 반등이 가능한 주가 수준이나, 조기에 상황을 반전시킬 모멘텀이 부재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한화건설 EB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한화생명의 주가 수준을 봤을 때 미매각물량 없이 보유 중인 EB를 채권 시장에서 모두 파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화생명 EB를 발행한 증권사들도 투자자 물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SK증권과 KB투자증권으로, 각각 800억원, 7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 밖에 한양증권(300억원), 유안타증권(200억원), 한국투자증권(200억원)이 발행을 분담했다.

관련 증권사 관계자는 “총 발행된 2500억원 규모의 물량 중 전체적으로 1000억원(40%) 규모의 EB가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매각 물량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매력을 끌만한 요소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간 메자닌(주식관련사채)은 발행이 적었던 만큼 헤지펀드 등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메자닌 발행이 늘자 투자자 유치가 치열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산건설이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한화건설 EB 대비 고수익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며 “그에 비해 한화건설은 단기간에 수익을 낼 만한 유인 요소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손실이 확대될 경우 한화투자증권의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로 인해 9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교환사채(EB)※
: EB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기 주식이나 다른 상장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교환해 주기로 투자자와 약속하고 발행하는 회사채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사채보다 조달 금리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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