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두산캐피탈, KT캐피탈에 긴급자금 수혈받은 이유는?

임초롱 기자 기사승인 2016. 05. 13. 06:00

  • 카카오톡 링크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주소복사
  • 기사프린트
  • 글자 작게
  • 글자 크게
유동성 현금 및 현금자산, 전년比 65%↓
KT캐피탈에 자산 양도로 643억 자금 조달
재무건전성 개선 등 합병 위한 선제 작업
두산캐피탈-현금성-자산·채권-발행-추이
두산캐피탈이 연말 KT캐피탈과의 합병을 앞두고 과중한 차입금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자금을 수혈받았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유동성 현금자산이 부족한 탓이다.

두산캐피탈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면서 KT캐피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기준 총 389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1100억원 대비 64.65% 급감했다. 보통예금 184억원, 기타(CMA 등) 20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PEF) JC플라워(J.C.Flowers&Co.LLC)는 지난해 8월 KT캐피탈 지분 100%를 229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두산캐피탈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60%를 70억원에 샀다. 투자회사인 JC플라워는 양 사를 합병해 경영 효율성 및 수익성을 개선함으로써 당분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두산캐피탈이 연내에 상환해야 하는 총 차입금 규모가 현금성 자산의 60%를 넘는 등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다. 실제 두산캐피탈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NPL비율) 및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3.9%, 26.2%를 기록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미흡하다. 또 지난해 164억원, 2014년에는 10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2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는 등 수익성마저 악화됐다.

이처럼 산적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두산캐피탈은 KT캐피탈의 자산 양도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캐피탈은 보다 안정적인 KT캐피탈에 자산을 넘김으로써 최근 643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양도한 자산은 리스채권·할부채권·여신금융채권 등 총 1371건이다.

KT캐피탈의 경우 JC플라워에 인수된 이후 5개월 만에 자산이 1조7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불었다. NPL비율은 3.4%에서 2.8%로 개선됐고 당기순이익은 336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은 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KT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로, 향후에도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용 한국기업평가 금융3실 평가전문위원은 “두산캐피탈의 영업 인력과 보유자산 등 건전성이 우수한 자산을 순차적으로 KT캐피탈로 이전하고 있어 합병 이전까지 두산캐피탈의 수익기반 축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두산캐피탈과 KT캐피탈 간 합병을 전제한 사전 준비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업에 속하는 캐피탈사들은 수신이 불가해 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최근 캐피탈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채권시장의 쏠림 현상 등으로 소규모 캐피탈사들은 채권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에 두산캐피탈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아주캐피탈 등 우량 회사마저 올 들어 회사채 발행 규모를 줄인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캐피탈사들은 사실상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두산캐피탈 관계자는 “자산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을 통해 합병 전까지 재무건전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캡티브(Captive) 영업자금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대주주가 변경된 두산캐피탈은 KT캐피탈과 합병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으로, 현재는 인력교류와 전산통합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합병사명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달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