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고려아연, 배당 놓고 ‘동업자 갈등’…소액주주에 달렸다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4. 03.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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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영풍, 배당확대·정관유지 주장
최윤범 회장 "경영 안정성 위해 불가"
지분율 차이 1%…소액주주 설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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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연 생산 최대 능력을 보유한 고려아연. 이 회사를 두고 동업자간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실질적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은 이번 주당 5000원 배당에도 높은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나머지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대주주인 영풍그룹의 장형진 고문 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측 지분율 차이는 약 1% 내외로,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일각에선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 배당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영풍그룹 종속 자회사 매출 총합은 3조원대로, 고려아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 또한 회사 재원을 영풍의 자금줄로 활용하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오전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32.1% 지분의 장형진 고문 등 영풍그룹과, 15.3%를 쥐고 있는 경영진 최윤범 회장 측의 표대결이 예고됐다. 연 매출 7조2900억원 몸집의 고려아연 배당 정책과 정관을, 3조2817억원 규모의 영풍이 반대하면서다. 최 회장측 우호지분이 17.9%에 달해 단순 계산으로는 최 회장 측이 33.2%로 우세하다.

영풍 측은 지난달 20일 고려아연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5000원에 반발, 1만원 배당 내용의 안건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주 발행 및 증자를 외국계 법인에게만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현 정관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고려아연은 곧바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미 중간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집행했으며, 지난해 아연 가격 하락 및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약화된 만큼 안정적 경영을 위해 기말 배당 5000원이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관 변경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해야 신기술 도입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관을 최신화화면서 규정의 불명확성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만 최 회장은 유상증자 및 지분 매집으로 장 고문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했지만, 지분율 격차가 1% 수준으로 매우 작은 만큼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5년 동업, 사업 키웠더니… 갈등 커진다
영풍은 고(故)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해 오랜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고려아연을 최씨 일가가, 다른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았다. 그러나 최 창업주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을 맡은 후,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현대차그룹·한화·LG화학 등과 해외 사업을 함께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지분율이 낮아지게 됐다면서 견제에 나섰다. 현재 영풍그룹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가 고려아연으로, 영풍 입장에서는 지배력 약화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풍 측은 전자 등 계열사를 합산해 3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고려아연은 약 두 배에 달하는 7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결국 영풍의 주요 수익창구 중 하나가 고려아연의 배당인 만큼, 배당 규모를 두고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그룹 입장에서는 배당을 확대하면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고, 그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다면 지분도 더 확대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액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 것 또한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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