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돈먹는 하마’ 블루월넛…정태영, 설립 이래 500억원 투입

오경희 기자 기사승인 2023. 07. 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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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올 3분기 중 200억원 추가 출자 예정
6년 간 자본잠식…시장 경쟁 심화에 수익 부진
"현대차·기아 등 모빌리티 결제시장과 연계"
정태영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마켓파워 컷
정태영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투자한 현대카드의 자회사(100%) 블루월넛(전자결제지급대행업)이 '돈먹는 하마'에 가까운 처지다. 설립 이래 6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대카드의 두 차례 자금 지원에도 자본 잠식 상태다. 당장 올 3분기 중 200억원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며, 이로써 투자금액만 총 500억원에 달한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 부회장으로선 씁쓸한 성과란 평가다. 더구나 앞으로도 현대카드의 자금 수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 심화와 높은 계열사 거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블루월넛의 수익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14일 이사회에서 올 3분기 중 블루월넛에 200억원을 출자(유상증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현대카드 1분기 당기순이익(708억원)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써 현대카드가 블루월넛에 투자한 금액은 총 500억원이다. 2016년 말 자본금 70억원을 들여 블루월넛을 설립했다. 2018년 130억원, 2019년 100억원을 출자했다.

모회사의 '지원 사격'에도 블루월넛은 설립 이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최근 4년간 실적만 봐도 계속 적자다.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2019년 -43억원, 2020년 -59억원, 2021년 -16억원, 2022년 -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3억4300만원)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정 부회장의 선제적 투자가 자칫 '실책'이 될 위기에 놓였다. 2017년 1월 블루월넛 출범 당시 그는 디지털과 더불어 결제 시장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선 일부 PG업체의 과점 체제란 점에서 정 부회장의 선택을 우려했다. 2016년 삼성카드는 PG 계열사(올앳)를 정리했다.

관건은 앞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느냐다. 블루월넛의 수익 부진이 지속될수록 현대카드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순차입금은 15조9590억원이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2694억원이다. 현금 증대를 위해 올해만 다섯 차례 총 4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당장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3월 애플페이의 국내 론칭 등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면서 하위사인 블루월넛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0억원대 연 매출 가운데 현대차그룹 계열사 비중이 86%(현대카드 제외)에 달했다.

현대카드의 계책은 그룹사인 현대차와 연계한 커넥티드 카(전 세계 통신 연결 차량) 커머스 시장 공략이다. 현대차·기아는 2003년부터 현대차 블루링크(Bluelink), 기아 커넥트(Kia Connect),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GCS)를 운영하고 있다. 블루월넛은 현대차·기아 등 모빌리티 결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 서비스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량 원격 진단 및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간편결제, 비디오·오디오 스트리밍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글로벌 가입자 수는 2018년 5월 100만명을 기록한 이후 올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태생적으로 모빌리티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보고 설립한 자회사인 만큼 장기 성장성을 보고 모회사로서 지속적으로 출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와의 흡수합병 또는 사업 정리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계획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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