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금호석유, 자회사 부진에 발목 우려···“단기 회복 힘들 수도”

김성훈 기자 기사승인 2023. 07.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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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금호피앤비화학 1공장 / 사진 = 금호피앤비화학
금호석유화학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 감소가 심상치 않다. 회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타 기업과 손잡고 만든 합작 자회사의 실적도 급감했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경영을 이어받은 박준경 사장의 부담과 책임이 막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피앤비화학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383억원으로, 전년도 1분기에 비해 33.2%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6억1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93% 넘게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59억원으로 86.88% 줄었다. 생산실적도 같은 기간 12.81% 넘게 축소됐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재무 위험도 커졌다. 1분기 기준 금호피앤비화학이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567억원으로, 247억1600만원 수준인 현금성자산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자회사'라는 점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비스페놀A 생산 세계 5위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호석유화학 연결기준 매출액의 27.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석유화학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호석유화학의 성적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영입이익은 전년도보다 71.0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64.47% 줄었다.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 부진으로, 박찬구 회장 용퇴 이후 뒤를 잇는 박준경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 5월4일 박찬구 회장은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15일 박준경 사장이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사내이사로 등록됐다고 공시했다. 재계에서는 박준경 사장의 금호피앤비화학 사내이사 등록을 금호석유화학의 3세 경영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 감소 원인으로 업황 부진을 꼽았다. 비중이 컸던 중국 수요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이후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석유화학 부문 전체의 업황이 침체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스페놀A(BPA) 역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세톤(Acetone), 페놀(Phenol) 등의 경쟁 심화로 2023년 수익성은 전년대비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요 사업 외에 타 기업과 합작한 자회사의 실적이 부진한 점도 투자자의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에너지 솔루션 기업 OCIM과 함께 설립한 자회사 OCIKumho의 작년 말 기준 순이익은 8억원 적자로, 672억원을 기록했던 2021년보다 101.19% 쪼그라들었다. OCIKumho는 바이오 기반의 의약품, 살충제 원료 등을 생산한다. 친환경 건축용 단열재를 생산하는 동성케미칼과의 합작회사 (주)디앤케이켐텍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순손실이 72억원에서 82억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박준경 사장 입장에서는 경영을 이어받은 첫 해 실적이 중요할 것이고,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어서 부담감이 매우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황 둔화기에도 시장의 실적 추정치를 만족시키는지의 여부는 경영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데, 벌써 금호석유화학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고, 주요 제품인 라텍스의 경쟁 심화와 가격 약세로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도 17만9000원 대에서 17만4000원 대로 떨어졌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기업의 경우 세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 때의 실적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잠재력으로 기업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박찬구 전 회장이 업황이 어려운 때임에도 불구하고 용퇴를 결심한 것은 박준경 사장과 회사를 믿기 때문이겠지만, 박준경 사장이 피앤비화학의 사내이사로 등록된 이상 자회사 실적과 금호석화 실적이라는 두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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