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구자균 전략 틀렸나···LS일렉 신재생 부문 ‘만년 적자’

김성훈 기자 기사승인 2023. 04.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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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LS 그래픽
마켓파워 컷
LS일렉트릭의 신재생 사업 부문의 수익 개선 시점이 여전히 요원하다. 구자균 회장이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며 약 14년간 사업을 이끌어왔지만, 영업이익은 한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신재생 사업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상태여서 구 회장의 신재생 전략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신재생 부문의 저조한 실적이 LS일렉트릭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재생 부문의 실적안정화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S일렉트릭의 신재생 사업은 현재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주력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신재생 부문 영업이익은 455억원 적자로, 전년도보다 적자가 225% 확대됐다. 별도 기준 전체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21.63%, 영업이익은 20.51% 늘어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LS일렉트릭 신재생 부문의 적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이래 흑자를 본 적이 없다. 영업이익률도 2019년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9.8%로 악화됐다. LS일렉트릭 측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와 사업 경쟁 심화로 태양광·ESS 기반의 신재생 사업 부문 이익이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발전 확대 기조에 따라 2023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37% 이상 감소했다.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6사도 2022~26년 신재생에너지 예산을 총 33.4% 가까이 감축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탄력을 받던 문재인 정부 시기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됐던 때에도 LS일렉트릭 신재생 부문은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재생 부문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업계에서는 구자균 회장의 경영 전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태양광전지 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발을 들인 한화 그룹의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3500억원에 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한 번도 이뤄진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부터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수 천 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별도 기준 신재생 부문 매출 비중은 최근 5년간 전체 매출의 20%를 넘지 못했다. 새로운 수익원이 될 줄 알았으나 '밑 빠진 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기준 신재생 부문 별도 기준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구 회장은 2022년 영업보고서에서도 "신재생발전·ESS 등 열심히 준비해 온 솔루션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기대를 표했지만, 이마저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증권은 올해 신재생 부문 적자를 98억원 수준으로 예상했고, 한화투자증권은 내년까지도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LS일렉트릭이 최근 영국에 1200억원 규모 ESS 사업을 따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외부 요인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흑자 전환 시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최근 전기차 부품 시장 성장세, ESS 수요의 회복 가능성과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에도 LS일렉트릭 신재생 부문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태양광 가치사슬 장악 역시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가치사슬별 점유율은 폴리실리콘 76%·웨이퍼 97%·셀 84%·모듈 77%에 달한다. LS일렉트릭은 "기존에 수주한 신안 비금주민태양광 사업과 향후 국내외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 ESS 사업 발굴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제와 신재생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S일렉트릭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621억원 적자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하기 때문에, FCF가 적자라는 것은 새로운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이달 중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자금 조달의 목적은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이 아닌 '만기 회사채 상환'이다. 오는 10월에도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부문 등의 실적 개선으로 자금의 자체 조달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소규모 투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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