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지배력 약화 및 투명성 제고…천만에!”…조정호의 ‘원메리츠’ 묘수

오경희,설소영 기자 기사승인 2023. 04. 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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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 완료
순익 50% 주주환원정책에 사용
사측 "지배력 오히려 약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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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조정호 회장 체제의 '원(one)메리츠'가 완성됐다. '한진家' 막내인 그가 홀로서기를 한 지 18년 만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화재와 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포괄적 주식 교환)해 단일 상장사로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다. 명분은 '경영 효율과 주주가치 제고'다.

이번 재편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 회장의 '묘수'란 평가다. 이면엔 지배력 강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했다. 단적으로 의사결정체계를 일원화해 오너 영향력(통제권)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 메리츠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키로 한 만큼 유통 주식 수 감소로 향후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율이 상승할 수 있다. 또 배당 등 '통 큰 주주환원책(당기순이익의 50%)'은 조 회장의 여윳돈을 불려 추가 지분 매입에 활용할 수 있다. 실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5일 메리츠금융은 메리츠증권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완료했다. 앞서 지난달 1일 메리츠화재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교환비율은 메리츠화재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1.2657378주, 메리츠증권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0.1607327주다. 이로써 화재와 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메리츠금융은 단일 상장사로 남는다. 조 회장의 지분율 변동만 있을 뿐 지주 내 지배구조 변화는 없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새 출발로 조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통합 메리츠금융은 올해부터 중장기적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수가 줄어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 가치와 지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으로 2015년부터 3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회사가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통해서 추가적인 출자와 출연 없이 지배력 강화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메리츠금융지주 측은 조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입장이다. 주식 수는 변화 없지만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화재·증권과 지분 교환으로 이전 75.8%(9671만4387주)였던 조 회장의 지분율이 45.9%로 감소한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 이후 자사주 소각 횟수와 규모에 따라 지분율이 상승할 여지가 열려 있다.

또 주주환원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은 조 회장의 자금력을 확대해 실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주식 담보 대출이 용이해 사업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경영 위기 발생 시 동원 가능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가치(통합 전 보유주식 수 기준)는 4개월 반만에 1조5280억원이 불어났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완전 자회사 편입 결정일인 작년 11월 21일 3조4000억원에서 올해 4월 5일 7조4000억원으로 4조원 급증했다.

더불어 두둑한 배당금을 활용해 주식을 매입하면 지분율을 더 늘릴 수 있다. 조 회장이 작년 금융과 증권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약 1954억원이다.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메리츠금융·증권·화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7454억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재원(당기순이익의 50%)은 약 8700억원이다.

조 회장의 대내외 입지도 한층 공고해졌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으로 국내 10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BNK·DGB·JB·한국투자·메리츠) 가운데 작년 말 당기순이익 기준 6위로 올라섰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인 조 회장은 2005년 계열분리와 인수 등의 과정을 거쳐 메리츠금융그룹을 만들었다. 작년 말 기준 화재와 증권 통합자산은 18년 만에 27.6배 성장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조 회장이 승계를 않겠다고 했고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배력이 약화되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서 모든 주주에게 최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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