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암초’…공정위와 진실공방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3. 04. 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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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이어 EU까지 기업결합 승인
韓 공정위 "경쟁 제한 시정조치 협의 중"
한화 "시정조치 협의, 사실과 달라" 반박
공정위서 기업결합 승인시 인수 본격화
방산 시너지, 조선 경쟁력 강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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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로고
한화그룹이 15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품는다. 일본·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관문은 모두 넘었다. 남은 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오는대로 한화는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며 인수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시정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공정위의 발표에 한화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 모두 기업결합 승인
3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당초 이달 18일 잠정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결합 승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외 7개 경쟁 당국이 모두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양사의 결합이 자국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으며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튀르키예가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 중 처음으로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으며 이어 일본과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등도 승인했다. 영국은 심의서 제출 이후 문제가 없으면 심사가 마무리된다.

◇공정위 "시정조치 협의 중" vs 한화 "사실과 달라"
이제 남은 건 한국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함정 부품 시장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는 무기 시스템에 관해 점유율이 상당히 높고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함정 부품 기술정보를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차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 시 기술평가·제안서 평가, 가격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재 경쟁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다. 또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등을 한화 측과 협의 중이라며 이 사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고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공정위와 한화가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대우조선, 방산·조선서 시너지 낼까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한화는 본격적으로 대우조선 지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 계열사들이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1000억원) 등이 참여한다.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대우조선은 '한화오션'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화가 'Hanwha OCEAN'(한화오션)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한 만큼 새 사명이 '한화오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우조선의 지분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한화는 대우조선의 주요 경영정보 등을 기반으로 중장기 계획 등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제는 방산 사업부문의 시너지 강화와 조선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다.

한화는 우주-지상-해상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객 네트워크의 공유를 통해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한화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노후선박 교체수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등으로 조선업이 빅사이클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통영에코파워를 통해 LNG 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 인수로 LNG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수소·암모니아의 경우 생산-운송-발전/저장/충전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국내외 해상풍력 발전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EU까지 기업결합 승인 결정이 나면서 공정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면서 "아직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가 빠르게 결론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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