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SK…우리금융 임종룡, 숏리스트 ‘만지작’

오경희,김성훈,설소영 기자 기사승인 2023. 04. 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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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비은행 수익 확대 목표
상징성·수익성·적합성 등 고려
"좋은 매물 적극 인수할 의지"

 


아시아투데이 오경희·김성훈·설소영 기자 = "좋은 물건(매물)이 나오면 적극 인수하겠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내 지상 과제는 증권사 인수다. 지난달 24일 제8대 회장에 오른 그는 최근 비은행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을 딛고 지주 수장으로서 역량을 입증할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내부 파벌다툼이 여전한 상황에서 임기 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레임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임 회장의 숏리스트(예비인수적격후보)를 추정하면 4개사로 압축된다. 상징성(체급)과 시너지, 수익성, 적합성(기회·장애요인) 등을 고려한 인수 후보다. 가장 적합한 후보는 삼성증권이다. 대형사 인수로 우리금융의 입지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고, 리테일 강화와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와의 기업금융 시너지를 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삼성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3조원(시가총액)대 달하는 높은 인수가격 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증권사 매물은 없지만 인수합병(M&A) 특성상 외부로 공개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임 회장의 물밑 협상력 등이 향후 우리금융 성장성에 한 축을 담당할 증권사 인수여부가 달려 있다.

3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임 회장의 최대 목표는 임기 내 비은행(증권·보험 등) 포트폴리오 완성이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임 회장으로선 어깨가 무겁다. 취임 전 관치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성과'로 자질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1차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정통 경제 관료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기에 그에 대한 우리금융 안팎의 기대도 크다.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파벌다툼 등 고질적인 내부 갈등을 융합하고 지주 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증권이 숏리스트 최상단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대형사를 인수해 4위로 내려앉은 우리금융의 도약을 노릴 수 있어서다. 과거 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했으며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는다. 경험은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자기자본 3조5000억원대인 우리투자증권을 2014년 인수했던 임 회장이 삼성증권을 인수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작년 말 자기자본(이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삼성증권은 업계 4위(5조9797억원)이며 NH투자증권은 3위(6조8526억원)다.

또 시너지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IR에서 증권사 인수 조건으로 강점인 기업금융과 더불어 리테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매물을 타깃으로 제시했다. 리테일 강자인 삼성증권의 우수고객을 편입하면 비은행 수익이 확대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작년 말 영업이익은 5223억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영업수익 중 수탁수수료가 4244억원, IB수수료(인수주선·매수합병·채무보증)는 2236억원을 차지했다. 또 삼성전자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또한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사업보고서에도 단기차입금 차입처로 '우리은행'을 기재했다.

관건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는데 팔 이유가 있느냐"며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인수가도 부담이다. 작년 말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5%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반면 삼성금융그룹 차원에서 보면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삼성증권의 수수료 수익 가운데 그룹 계열사 비중을 제외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생명·화재와 달리 '1등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임 회장의 경력과 윤석열 정부의 신임 등에 비춰 물밑 협상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순위는 SK증권이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J&W 파트너스)란 점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조건(가격 등)만 맞다면 성사 가능성이 높아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증권의 대주주 재정 형편 등을 고려할 때 인수 후보로서 유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SK증권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6075억원으로, 리테일보다 IB 부문이 강하다. 작년 말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불과하다.

SK증권이 2018년 SK그룹 품을 떠난 뒤 3년 단위로 브랜드 사용 계약을 해왔지만 올해 만료되는 점도 인수 협상의 적기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SK증권 측은 "올해도 SK그룹과 브랜드 사용 재계약을 할 예정으로 우리금융 인수 관련 당사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1조5000억원대인 유안타증권도 숏리스트 후보다. 이전 동양종금시절부터 소매 영업에 특화한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또 유안타증권은 우리자산운용의 2대 주주로 협력이 용이하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대만 유안타그룹으로 국내 금융문화와 다른 외국계 증권사와의 결합이 걸림돌로 꼽힌다. 작년 말 영업이익은 4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4.9% 급감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당사 최대주주는 매각을 추진한 바가 없고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안타증권과 체급이 비슷한 교보증권은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 분쟁 중으로, 현금 확보 차원에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교보 계열사들과의 협력 수혜를 예상할 수 있지만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어서 매각 가능성이 낮다. 앞서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도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보증권의 작년 말 영업이익은 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다면 회장님께선 이른 시일 내에 증권사를 인수할 의지가 강하다"면서 "현재 매물이 없기에 인수 후보를 논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임종룡은 누구인가?

1959년생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1년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재정경제부에서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국무총리실장에 이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을 거친 뒤 올해 3월 24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그는 온화한 성품으로 '중재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관료 시절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한일은행 합병 작업을 담당했고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에 나서기도 했다. 또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당시 뛰어난 중재 능력을 보이며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봉합하자 '금융계의 제갈량'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특히 농협금융 수장으로서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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