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 소각 ‘승부수’…일석삼조 노린다

박지은 기자 기사승인 2023. 0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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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 발표】
시가 3조원 상당…배당정책은 유지
이재용 체제 안정적 지배구조 자신감
주가부양 최선책…기업 가치 제고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 투자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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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향후 5년간 보유 자사주 약 13%를 전량 소각한다. 시가 3조원에 이르는 주식을 소각해 주가 부양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8.13%를 확보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하면서 자사주 소각 결정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안전핀' 역할을 해오던 삼성물산 자사주 소각을 통해 '이재용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환원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후 세 번째 주주환원 정책 발표
삼성물산은 16일 향후 5년간 자사주 분할 소각을 포함한 '2023~2025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2018년 배당정책 발표, 2020년 주주환원 정책에 이어 세 번째 발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보통주는 2471만8099주(13.2%), 우선주는 15만9835주(9.8%)로 시가 약 3조원어치다. 소각 규모는 매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첫 소각 물량은 이달 초 이사회에서 결정한 129만5411주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을 반대했던 주주(일성신약)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작년 2분기 취득한 물량으로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4월21일 소각된다.

배당 정책은 기존대로 유지했다. 삼성물산은 관계사 배당 수익의 60~70% 수준을 환원하고, 최소 주당 배당금은 2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당 현금 배당금은 2017~2019년 2000원(보통주 기준)이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300원과 4200원을 배당했다. 2022년도 주당 배당금은 2300원으로 다음달 주주총회 개최 후 한달 이내에 지급할 예정이다.

신사업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향후 3년간 최대 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주목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태양광, 수소, 소형원자력발전(SMR),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이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바이오 프로세싱과 의약품 개발, 차세대 치료제 분야의 혁신 기술에 투자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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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체제' 확고…'안전핀 없어도 된다' 자신감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주가부양 카드'로 꼽힌다. 자사주를 소각한 만큼 주식 수가 줄어 모든 주주들이 이득을 볼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 주가도 전날보다 3.77% 오른 11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발행주식 총수의 13%(보통주)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도 주가 부양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2월에는 '왕개미 투자자'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고, 삼성물산 주주총회마다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방증(傍證)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이미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이 18.13%에 이르기 때문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대주주가 외부 세력과 경영권을 다툴 때 방어 수단으로 쓰이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보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주가 부양 효과와 배당 확대 정책으로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물산의 주가 회복은 여전히 남은 숙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이었던 2015년 5월 21만5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난 8년간 내리막을 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더믹 초반이었던 2020년 3월엔 7만3500원으로 3분의 1토막 나기도 했다. 이날 종가인 11만5500원도 합병 직전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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