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호텔롯데 상장 표류…면세 업황 개선이 최우선 과제

이서연 기자 기사승인 2022. 09. 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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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면세사업 부진 여파
585억 적자에 상장 무기한 연기
실적 회복 후 기업 가치 반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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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호텔롯데의 상장이 또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신 회장이 밝힌 상장의 주요 목적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일본 꼬리표 떼기'였던 만큼 업계에선 초심이 변질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기 역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 출장에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을)내년에도 안한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첫 해외출장을 동행하면서 3세 경영승계 전망과 함께 호텔롯데의 상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신 회장은 2023년까지 상장계획이 없음을 못 박았다.

호텔롯데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코로나19로 몇 년간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는 호텔부문 실적이 회복됐음에도 585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 면세부문에서만 8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주요 사업 부문인 면세 사업 실적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장을 미루는 것은 3세 경영 승계 시점까지 여유도 있지만 호텔사업의 실적 회복 이후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 회장의 태도에 대해 투명경영에 대한 초심을 잃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영인으로서 우선해야 할 역할은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는 것이지만 수차례 투명 경영 의지를 밝혀온 신 회장이다. 앞서 신 회장은 2016년 열린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 및 지배구조상 일본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을 받자 호텔롯데 상장 의지를 밝히며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지분 43.07%, 롯데물산 32.83%, 롯데알미늄 38.23%, 롯데렌탈 37.8%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롯데홀딩스19.1%, L투자회사들 72.7%, 광윤사 5.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04%를 보유하고 있어 '옥상옥' 구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여전히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희석해 한국 롯데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작업으로 꼽혀왔다. 때문에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는 곧 신 회장의 '뉴롯데'(New Lotte)도 늦어짐을 의미한다.

호텔롯데는 당분간 면세사업의 회복을 위해 총력기울이는 동시에 최대주주(37.8%)로 있는 롯데렌탈의 기업가치 올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 롯데렌탈의 주가는 금일 종가기준 3만6200원으로 지난해 8월 공모가 5만9000원에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롯데렌탈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IPO를 주도했던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가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시가총액은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며 전 계열사 CEO들에게 실적개선보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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