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컬리, 예비심사 ‘통과’…낮아진 몸값 속 흥행은 미지수

이서연 기자 기사승인 2022. 08.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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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유가증권시장 입성 전망
몸값 예상보다 기존 절반 못미쳐
기업가치 향상 위해 비식품 강화
수익 다각화·외연 확장 등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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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업계의 예상대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당장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몸값을 낮추더라도 흥행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업계 대부분은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대기업도 IPO를 철회하는 상황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장을 강행하는 컬리에 대해 재무 상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흥행 요인보다 실패 요인을 더 많이 안고 상장을 진행하는 만큼 미래 성장성을 담보한 기업가치를 올릴 김슬아 대표의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 

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따르면 컬리는 주권 상장예비심사 결과 요건을 충족하며 연내 상장 목표에 한발 가까워졌다. 이는 앞서 3월 청구심사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보통 2개월 만에 심사 결과가 나오지만 3개월이나 시간을 더했다는 것은 그만큼 컬리의 상장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컬리가 심사를 통과한 이유는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자기자본, 이익 요건을 보지 않고 상장을 신청할 수 있게 해주는 '유니콘 기업 특례상장' 요건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컬리는 시가총액 단독요건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첫번째 기업이 될 전망이다. 상장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컬리는 올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컬리의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리IPO 당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에 고금리, 고환율 등의 경제 악재에 투지 심리가 위축되면서 몸값이 기존보다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전반적으로 코로나19의 수혜를 보면서 몸값 거품이 많았다"면서 "컬리 역시도 매출 위주의 성장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IPO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고평가를 받은 경향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요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컬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587억원에 이어 지난해 -1384억원으로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매입채무는 2020년 1047억원에서 지난해 1436억원으로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도 86억원에서 21% 늘어난 10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결손금은 -5545억원에서 -1조842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18년부터 컬리의 누적 적자는 꾸준히 늘어 5000억원에 달한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5614억원, 영업손실 21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보다 63.8%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87.2%로 약 두 배 증가했다. 

수익성의 지표인 영업손실과 결손금 등이 크게 증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컬리가 상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외부 투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회사 측은 "IPO 준비에 따른 지분율 유지에 따른 것으로 현재까지 받은 투자금이 그대로 있다"고 일축했다. 

현재 컬리는 정해진 기간에 최적의 시장 상황에 맞춰 상장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흥행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공모가를 낮추며 상장을 강행한 쏘카도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상장 첫날인 22일 주가는 공모가인 2만8000원보다 1700원 떨어진 2만6300원에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이에 컬리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식품 강화, 오픈마켓 진출 등 수익 다각화와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부터 뷰티·여행·가전 등 비식품군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비식품 비중을 키워 '종합몰'로의 변화를 시도하기 위함이다. 

컬리관계자는 "컬리의 비식품 상품 비중은 현재 30%가량"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부터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중심으로 중개판매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전제품을 직매입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플랫폼 중개를 통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주력 사업인 새벽배송과 다양한 매출원을 확보함으로써 상장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개서비스는 중개판매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컬리는 싱가포르에 진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 초석 다지기에도 나섰다.  최근 동남아 대표 이커머스 기업 라자다 그룹이 운영하는 식품 플랫폼 '레드마트'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오픈했다. 칼국수, 만두, 떡볶이 등 K-푸드를 시작으로 향후 수출물량과 상품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오히려 컬리의 주력 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품목 확장은 상장을 앞둔 컬리에 가장 쉽고 편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으나 이는 컬리만의 특장점이자 경쟁력을 놓칠 수도 있다. 위기일수록 본업에 충실해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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