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IPO 삼수생 현대오일뱅크, 권오갑 회장이 직접 챙긴다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4.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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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자산 줄면서 자금조달 시급
IPO 성공여부 따라 재무 개선 기대
권 회장, 상장 의지 강해…결단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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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로고
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째 IPO(기업공개) 도전에 나서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꾸준히 IPO에 도전하는 건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정유사업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다. 2030년까지 정유사업의 비중을 45%까지 낮춘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3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HPC 사업에 이미 약 3조원을 투입한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10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우 수조원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현대오일뱅크도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현대오일뱅크 IPO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신사업인 HPC사업과 IPO를 언급하면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첫 IPO에 도전했던 2012년은 권 회장이 현대오일뱅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당시 IPO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그룹 회장의 자리에서 직접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231억원이다. 지난 2019년 4804억원보다 33%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에쓰오일과 GS칼텍스 등이 지난해 말 기준 1조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최근 비정유사업의 비중을 키워나가기 위한 투자를 해나가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현금성자산이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2018년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당시 국제유가 하락, 자회사 회계처리 관련 문제 때문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사 아람코가 프리IPO에 참여하며 자금을 조달하긴 했으나 현대오일뱅크의 재무지표는 악화된 모습이다.

실제 최근 3년 간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지난 2019년 136%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178%, 지난해에는 216%까지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부채비율이 올랐다는 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유동비율은 2019년 112%에서 지난해 103%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현금비율은 12%에서 6%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 상승은 단기차입금 등 부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9년 5조4416억원이었던 자본이 지난해 5조7608억원으로 6% 상승하는 동안 부채는 7조4143억원에서 12조4653억원으로 68% 늘어났다.

신사업 투자 확대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HP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HPC 사업 추진을 위한 설비투자에 총 2조9562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1724억원의 추가 투자가 예상되지만 지난해 말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면서 사실상 투자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회사 측은 투자가 종료되는 시점에 차입금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현금이 유입, 향후 부채비율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운전자금이 확대된 점도 부채를 늘린 원인으로 꼽힌다. 원유도입과 제품판매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전자금 관련 차입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정유사업의 경우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사업의 비중을 키워나가려고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을 4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블루수소와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3대 미래사업으로 설정하고 해당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번 IPO를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IPO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재무구조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인데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오히려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업황이 좋은 때에 공모를 시작해야 하는데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상장 작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유가 수준에 연계한 운전자금 부담, 배당금 지급 규모, 친환경 사업 투자 등에 따른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면서도 “HPC 프로젝트 투자지출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신규 설비 상업 가동을 통한 현금창출력 개선과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IPO가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점진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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