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재고자산 급증한 현대제철, ‘전화위복’ 되나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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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5조 훌쩍…1년새 45%↑
철강 등 제품값 올라 수익개선 기대
판가 협상이 변수
안동일 사장, 수익원 다각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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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현대제철의 재고자산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철강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실적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매가 부진해서 재고가 누적됐다기 보다는 확보해둔 원료 가격과 생산해 둔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평가액이 증가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이라는 캡티브 마켓(계열사간 내부거래)이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원료 가격 상승이 판가에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따라 철광석을 비롯한 원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 업계는 제품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업계와 이견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을 많이 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2번째 임기를 시작한 안동일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제철의 재고 자산은 5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2020년에는 3조5580억원 수준이었으나, 45%가 증가했다. 제품이 1조5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고, 원재료도 전년 대비 80% 가량 늘어난 1조2193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자산에 포함되는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유동비율도 개선됐다. 지난 2020년말 유동비율은 153%였으나, 2021년말 171%로 19%포인트나 올랐다. 다만 재고자산을 제외한 건전성 비율인 당좌비율은 82% 수준으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의 차량 생산 차질 등으로 현대제철이 재고가 쌓인 면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제품과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증가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갔다. 또 주요 제품인 자동차 강판 가격은 지난해 4년만에 톤당 17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은 특히 현대차그룹이라는 캡티브마켓이 있기 때문에 재고가 누적될 위험이 적다. 현대제철의 현대차그룹향 매출은 전체의 40% 수준이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에 판매한 자동차강판은 378만 톤이다.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75만톤으로 계열사 거래 물량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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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지난해 재고자산이 급증했지만, 철강 가격 인상으로 오히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합
일각에선 오히려 철강 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 가격 협상은 기간이 적어도 반기 정도 진행되는 만큼, 원료 가격이 뒤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자동차강판의 경우 상반기 판가 협상도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나라 철강 협상 기준으로 제시되는 일본 철강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판재류 등 전반적인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제철 1분기 영업이익이 5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도 6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마진 축소 부담은 있지만, 판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강판 매출이 높아 상대적으로 방어에 용이할 것”이라며 “2, 3분기에 원료 가격 급등도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하반기다. 주요 제품 수요처인 완성차업계에서 차량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진정될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철강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완성차, 조선업계 등은 철강 제품 가격을 두고 철강업계와 이견이 큰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톤당 30만원 정도의 인상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으나, 전방산업에서는 톤당 10만원 인상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현재 기아가 지분 17.27%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가 6.87%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만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가격인상에 제약이 걸릴 수도 있다. 더구나 모회사가 매출 비중이 높은 고객사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취임 4년차를 맞은 안동일 사장의 당면 과제는 고객사 다양화가 될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차 수요에 맞춰 신규 고객사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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