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현대百 형제 정지선·정교선 지분가치 격차 다시 ‘2000억원대’

이서연 기자 기사승인 2022. 03. 29. 07:00

  • 카카오톡 링크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주소복사
  • 기사프린트
  • 글자 작게
  • 글자 크게
정지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百
더현대 서울 개점 등으로 주가↑
정교선 최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는
코로나 직격탄 등 악재로 회복 더뎌
정지선, 현대그린푸드 2대 주주
주가개선 최우선 과제로 떠올라
KakaoTalk_20220328_140611859
마켓파워 로고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회장과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의 지분격차가 코로나19 이후 1년 만에 약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9월 기준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1428억원이었으나 현재 2102억원까지 벌어졌다. 이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그린푸드가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백화점보다 회복이 더딘 결과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두 형제 계열분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계열분리를 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열분리를 단행할 경우 현대백화점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사업 제약 등 기회비용의 차이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한 우산 속 두 집 살림을 하는 SK그룹의 사촌경영이나 두산그룹의 형제경영처럼 같은 그룹 내에 독립경영을 펼치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기준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7만4700원, 현대그린푸드의 주가는 8810원으로 정 회장의 지분총액은 4078억원, 정 부회장의 지분총액은 2048억원이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개점, 지누스 인수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최근 공정위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으로 연이은 악재를 겪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정 회장의 지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현대그린푸드의 주가개선은 두 형제가 해결해야할 공동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국내 발발 이전인 2019년(12월 기준)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약 2102억원으로 정 회장이 앞서고 있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7.09%(399만8419주),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1238만270주)를 들고 있었으며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 23%(2250만5486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때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8만2380원, 현대그린푸드 주가는 1만1763원이었다.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주가는 모두 크게 하락했다. 정 부회장은 주가하락세를 기회로 활용해 지배력 높이기에 나섰다. 총 6차례에 걸쳐 현대그린푸드 주식 102만4814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23.8%(2325만300주)까지 늘렸다. 그 결과 2020년 9월 기준 이들의 지분 격차는 1428억원 가량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현대백화점의 주가 하락도 두 사람의 지분격차 감소에 한 몫 했다. 당시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6만4077원, 현대그린푸드의 주가는 7045원이었다.

2021112901002992200170201
더현대서울 전경./제공=현대백화점
그러나 2021년 두 형제의 지분격차는 또 다시 2000억원대로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7만3977원, 현대그린푸드는 8394원이었다. 지난해는 소비자의 보복심리로 인해 백화점 업황이 전체적으로 좋았던 데다 정 회장의 역작으로 불리는 더현대 서울 개점 등으로 현대백화점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달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 서울의 누적 매출은 8005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매출 목표였던 6300억원에서 약 30% 상회하는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에 대해서 ‘고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반면 현대그린푸드는 ‘실적회복’ 정도를 기대하고 있어 당분간 두 형제의 지분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에 대해 “올해 당분간 백화점 채널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더현대 서울의 경우 이대로라면 2023년 매출액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단기간 1조원 규모 점포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는 2022년 코로나19 등이 완화되면 단체급식 및 유통사업 등의 매출 상승 뿐만 아니라 외식사업 등의 매출 성장속도도 빨라지면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정 회장은 ‘비전2030’에서 약속한 매출 40조원 달성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3일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합병(M&A)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그룹의 체질 변화가 필요한 순간마다 과감한 행보와 결단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한섬·리바트·에버다임·SK네트웍스패션·한화L&C·SK바이오랜드·이지웰에 이어 지누스까지 총 8곳을 인수했다. 인수에 투자한 금액만 2조2500억원이 넘는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매출은 2010년 7조8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5조원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그린푸드는 코로나19 이후 연이은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공정위가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진행하면서 계열사에 사내급식을 제공하는 데 제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의 사내급식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해왔다.

정 부회장이 공정위가 규정한 대기업 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현대그린푸드의 계열 분리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두 형제의 지분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2018년 정 회장은 보유 주식 처분 및 은행 대출을 통해 현대쇼핑의 현대A&I 지분 21.3%를 사들임으로써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던 출자 고리를 정리했다. 정 부회장 역시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사들여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연결되던 고리를 풀어냈다. 그럼에도 현재 두 형제의 지분 관계는 완전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이지만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지분 12.05%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정 회장 역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7%를 보유한 2대주주다. 두 형제 모두에게 현대그린푸드의 주가개선이 최우선 과제인 이유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공략에 나섰다.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이라크 등지로 진출국을 넓히고 인프라 환경이 열악한 멕시코 등 중남미에 급식과 주거를 결합한 ‘리모트’ 토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부터 멕시코 타바스코주의 삼성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체급식 및 400실의 숙소·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초등학교 아침 급식지원, 방학 중 점심 급식 지원 사업방안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해당 사업이 실현될 경우 현대그린푸드의 매출 증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