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에 휘둘리는 태양광 사업…한화 김동관, 위기돌파 승부수는?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2. 03. 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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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승계 지렛대, 태양광 어디로]下
물류비·유가등락 등 외부변수 많아
삼성SDI 포함 대기업 줄줄이 발 빼
고심 깊은 김동관 '역할론' 더 커져
기술 개발·포트폴리오 강화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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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태양광 컷
중국 물량공세에 삼성SDI,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에서 발을 빼면서 한화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도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서만 4200억원대 적자를 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태양광 산업은 기업의 흥망성쇠가 외부 변수에 좌우된다.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물류비,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 정부 보조정책 등 수익성에 타격을 주는 외부요인이 많아 사업성을 끌고 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 태양광 사업이 곧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인 데다 10조원 규모 투자 실패에 따른 주주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다른 오너 3세도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신수종사업을 맡았다가 적자 지속으로 사업을 접은 뒤 후계자 자질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에 김동관 사장은 태양광 사업에 계열사를 통한 자금지원,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영권 승계 핵심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태양광 동향 파악과 경영 판단에 대한 ‘김동관 역할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한화큐셀 및 해외 자회사들)에서 지난해 42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또 적자다. 태양광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3년 연속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골칫덩이’로 불렸다. 반면 매출은 지난 10여 년간 비교적 꾸준히 상승했다. 안정적인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 변동성이 큰 것은 업종 특성상 외부요인에 취약한 탓이다. 지난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원재룟값 상승과 물류비용 영향이 컸다. 수백곳이 넘는 중국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태양전지의 주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4배가량 뛰었다. 1k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비용(균등화 발전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물류비용도 급상승했다.

태양광 사업은 유가 등락과도 연동된다. 석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比)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오르면 그 반대급부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 경쟁력이 상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 정책 영향도 크다. 한화그룹이 2012년 인수한 세계 1위였던 독일 업체 큐셀이 재무 위기를 겪은 주된 이유도 독일 정부의 보조금 축소였다.

이에 따라 김동관 사장은 공격투자,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통해 태양광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한화큐셀이 3년 전부터 태양광 모듈 및 셀 생산·판매를 넘어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개발하고 시공에 이어 매각까지 아우르는 다운스트림 사업을 개시한 것도 이 같은 일환이다.

먼저 태양광 시장에서 압도적인 중국 톱티어 업체들과의 기술경쟁력 격차를 확보할 방침이다. 태양광 시장에서 글로벌 중국의 생산량 비중은 2019년 기준 폴리실리콘 58%, 웨이퍼 85%, 셀 70%, 모듈 70%에 이른다.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도 갈수록 거세지는 실정이다.

한화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등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품질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주택용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LG전자나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시장을 석권한 이유도 품질이 탁월하기 때문인데 태양광도 가전과 사업 성격이 같다”며 “태양광 설치가 흔한 미국과 유럽 가정에선 가전을 사는 것처럼 비싸더라도 더 좋은 품질의 태양광 제품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사업다각화도 시도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2020년 1월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수립한 후 ESS 결합 태양광 솔루션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잉 에너지 랩스’를 인수하며 분산형 에너지 솔루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 특성을 고려해 유휴부지 등에서 태양광 에너지 보급을 늘릴 수 있는 수상태양광, 영농형태양광 등 특화 모듈 개발·제작에도 나섰다.

자금 투입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3년간 한화큐셀의 총 870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충북 진천과 음성에 위치한 한화큐셀 공장에 2025년까지 추가로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총 3조원의 국내 누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고출력 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차세대 셀·모듈 연구개발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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