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자신감 되찾은 신동빈, 헬스케어 이어 바이오 ‘눈독’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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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한 부진 덜어내고
부동산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
바이오 자회사 설립·M&A 등
조만간 사업 구체화 진행될 듯
기존사업 수익구조 한계 절감
외연 확장 적극적 투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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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회사 실적 회복, 적극적 자산유동화로 1조5000억원가량의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지난해말 롯데지주 연결 현금성자산은 1조4000억원이고, 매각예정된 자산 규모도 591억원 수준이다. 확보한 투자 여력으로 집중할 분야는 바이오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지주 산하 ESG경영혁신실을 통해 바이오팀, 헬스케어팀을 각각 두고 관련 사업 인수합병 기회를 모색해왔다. 일단 헬스케어는 자체 법인을 설립한 상황이라, 신 회장이 구상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바이오 사업 구체화에 힘을 쏟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바이오 사업은 2011년 롯데제약 철수 이후 바이오 사업 기반이 거의 없어진 터라 자체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외부 M&A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모빌리티 사업과 기존 사업들의 추가 확장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투자를 결정한 금액만 8000억원대다. 앞으로 투자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회복 및 수익 성장도 중요하다. 아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홈쇼핑, 코리아세븐 등 상장이 거론되는 비상장 자회사들이나, 2015년부터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 등이 진행되면 조달 가능한 자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지주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1조3945억원으로, 전년(2020년 말) 대비 55%가 늘어났다. 유동비율도 지난 2020년에는 100%에 못 미쳤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4%를 기록하며 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다소 사그라들면서 영업실적이 회복된 영향도 있지만, 지주 소유 부동산을 자회사에 매각하고, 리츠 등을 통해 유동화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늘어난 현금을 기반으로 신동빈 회장의 신사업 투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롯데지주는 700억원을 출자해 헬스케어 법인을 신설하고 건강관리 시장 진출을 알렸다. 헬스케어사업은 신 회장이 점찍은 미래 사업으로, 지난해 9월 지주 산하 ESG경영혁신실 신성장3팀을 꾸려 주도했다. 신 회장은 헬스케어 사업을 주도할 인물로 삼성전자에서 헬스케어서비스를 담당했던 우웅조 팀장을 발탁했다. 기존에는 M&A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점차 시장 경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법인을 설립해 좀 더 빠르게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롯데헬스케어를 통해 그룹 전반의 헬스케어 사업 시너지를 도모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 개발부터 개인맞춤 처방, 건강관리 코칭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이원직 팀장이 이끄는 신성장2팀의 바이오사업 구체화도 필요하다. 지난해 상반기 바이오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지분투자 설이 흘러나온 이후 바이오 사업 관련 소식은 끊겨있지만, 지주 산하 팀까지 꾸린 만큼 조만간 통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내놓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바이오사업 기반이 거의 없는 만큼 M&A를 통한 사업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분야를 아우르는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조성해 다양한 방향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외에도 신 회장은 기존 보유 사업 틀을 벗어난 외연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식품, 호텔업 기반의 수익구조의 성장 한계를 목격한 만큼 미래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자회사 롯데렌탈을 통해서는 1800억원을 투자해 차량공유업체 쏘카 지분을 인수했고, 가구 및 인테리어 사업체인 한샘 지분도 2600억원에 인수했다. 아울러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한국 미니스톱 지분도 3134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그동안 다소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 2020년 경영환경 악화를 계기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특히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지만 전권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고 있어 신 회장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신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정상화 및 수익성 개선도 필수적이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만큼 신사업에서 수익이 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당장 투자 여력은 있지만,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통, 쇼핑, 호텔 등 기존사업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리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일본 지배력을 낮춰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주 매출 등으로 자금 확보도 용이해져 투자를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지주 측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선 여행 제한이 풀리고, 업황 개선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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