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AK아이에스→애경자산관리…채형석 부회장 등 오너 富대물림 여전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2. 03. 15. 07:00

  • 카카오톡 링크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주소복사
  • 기사프린트
  • 글자 작게
  • 글자 크게
'옥상옥 논란' AK아이에스, 사명 변경
같은 이름의 IT법인 신설해 사업 양도
IT사업 슬쩍 분리해 논란 완화 꼼수
채형석 등 오너家 지분 100% 그대로
AK아이에스 실적 및 지분변동 추이
2022030801000827700047232
지주사 위에 지배회사인 ‘AK아이에스’ 때문에 옥상옥(屋上屋)이란 비판을 받아온 애경그룹. 오너 일가가 100% 보유한 AK아이에스가 지주사 AK홀딩스 지분 10.37%를 보유하고 있다. AK아이에스는 2012년 AK홀딩스를 설립하자마자 주주로 등장했다. AK아이에스가 AK홀딩스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돌연 오너 일가는 부의 대물림으로 활용하던 AK아이에스와 똑같은 사명의 IT 전문법인을 지난해 신설해 AK홀딩스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기존 AK아이에스는 사명을 애경자산관리로 변경했다. 2019년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되면서 옥상옥과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눈총을 많이 받게 되자 IT사업을 슬쩍 분리해서 논란을 완화시키고 애경자산관리로 간판만 바꾸는 요령을 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을 보유한 애경자산관리는 지난해 사명을 바꿨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IT 전문회사 AK아이에스를 신설하면서 동일한 이름의 기존 AK아이에스를 애경자산관리로 변경했다”며 “기존 AK아이에스 영위 사업 중 IT부문사업은 지난 1월부로 신설법인에 일체 양도했고 쇼핑몰 임대 및 운영사업은 애경자산관리에서 맡는다”고 말했다.

애경자산관리 지분은 그대로 유지돼 옥상옥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기존 ‘오너가→AK아이에스→AK홀딩스→계열사들’에서 ‘오너가→애경자산관리→AK홀딩스→신설 AK아이에스 포함 계열사들’로 그룹 최상단 기업의 간판만 바꿔달았다. 회사 경영상의 편법으로 사명 변경을 이용하는 경우 많아 자본시장에선 주의를 요하는 것 중 하나다.

총수 일가 지분 100%의 비상장사인 기존 AK아이에스 공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으로, 사명 변경 공시 의무가 없어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다. 또 비슷한 시기 화학 계열사 3곳을 합병한 ‘애경케미칼’이 출범하면서 세간 관심에서도 비껴나 있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따라 공정위가 총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한 것도 신설법인 설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AK아이에스를 신설하면서 개정된 공정거래법 규제 기준선 아래로 지분을 떨어트려 교묘하게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규제를 강화했다. 계열사의 물량지원이 예상되는 신설 AK아이에스는 애경자산관리와 AK홀딩스가 50%씩 보유했기 때문에 50%를 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

애경그룹은 자산 5조원을 돌파하면서 2019년 5월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른지 약 2년 만에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로 피신한 셈이다.

통상 오너 일가의 IT회사는 납품물량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부를 대물림하면서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AK아이에스 역시 매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AK홀딩스와 계열사에 공급해 올리면서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은 79%다.

기존의 AK아이에스는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해 2007년 설립됐다. 지분은 오너 일가 40%, 애경유지공업 60%였다. 설립 당시 매출은 47억원에 불과했지만 그룹 지원에 힘입어 2017년 425억원으로 10년 만에 9배 뛰었다. 이듬해 AK아이에스는 9년 연속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애경유지공업에 흡수합병됐고 부채비율은 1년 만에 84%로 개선됐다. 2018년 합병 때도 사명만 바뀌고 옥상옥 구조는 유지됐다. 당시 애경그룹은 존속법인을 오너 일가 지분 100%의 애경유지공업으로 두면서 사명을 AK아이에스로 변경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일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방식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간접지배법인으로 설립한 뒤 기존 회사의 IT사업을 양도한 것은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회피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