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롯데 신동빈의 ‘모빌리티 플랫폼’ 승부수, 카셰어링 강자 ‘쏘카’로 뭘 노리나

최원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3. 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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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렌탈, 1800억원 지분투자
정비·B2C 중고차 판매 등 협력
UAM 등과 융합해 '질적 성장'
"경계 허물어 공유 경제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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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있어 롯데렌탈은 단순 렌터카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룹의 쇼핑·물류 자산을 하나의 수송망으로 묶어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 줄 주체이면서, 그룹의 지향점인 ‘공유 경제’까지 실현시켜 줄 열쇠다. 1500조원 규모 UAM 시장을 놓고 현대차·한화와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롯데렌탈이 주인공으로, 이번 카셰어링 업계 1위 쏘카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도 신 회장 청사진과 연결된다.

8일 롯데렌탈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 290억원에 불과했던 롯데렌탈의 모빌리티부문 매출액은 4년만인 지난해 433% 불어난 1547억원까지 커졌다. 모빌리티 사업은 비상장 자회사 ‘그린카’를 통한 카셰어링이 핵심으로, 쏘카에 이어 업계 2위다. 약 360만명의 회원과 전국 2700여 개에 이르는 차량보관소, 약 9000대의 차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롯데렌털이 쏘카에 1800억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업계를 양분하던 두 기업은 사실상 경쟁자이면서도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

롯데렌털의 이번 투자를 이해하려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야 한다. 롯데렌탈은 약 24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1위 렌터카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58.9%를 장·단기로 차를 대여·관리해주는 ‘오토렌탈’로 올렸다. 렌터카로서 상품성을 다한 물량은 경매로 판매하며 전체 매출의 26.7%를 중고차로 올리고 있다. 그 외 8.0%는 사무용품 등 다양한 일반렌탈이, 6.4%는 모빌리티 사업부문이다.

이 시점에 신동빈 회장은 왜 롯데렌탈의 모빌리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을까.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양적 확장은 출혈 경쟁만 야기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인식하며 질적 성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두 기업이 현대차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이유다. 실제로 꽉 막힌 방향성에 지난해 8월 상장 첫날 주당 5만5500원을 기록했던 롯데렌탈 주가는 3만1000원대까지 추락했다가 이날 3만8400원에 장을 마쳤다.

롯데렌털은 기존 강점인 오프라인 거점 경쟁력을, 이제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쏘카와 협력으로 차량 정비·관리·세차·B2C 중고차 판매까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쏘카도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이 1655억원으로, 적자 수렁을 벗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투자가 달가운 이유다.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롯데렌털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쏘카는 앞으로 전기차·충전결합주차·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생태계 조성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신 회장이 꿈꾸는 더 큰 그림은 물류·유통·멤버십 등 롯데 그룹차원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물어 내는 데 있다. 지난해 롯데렌탈은 인천시·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등과 손잡고 ‘UAM 실증비행 협약’을 맺고 항공 모빌리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천공항에서 고객을 UAM에 태워 롯데타워와 롯데백화점·마트·호텔 등의 거점에 마련한 이착륙장으로 수송, 각 거점을 자율주행셔틀로 연결해 새로운 관광·쇼핑 문화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더 나아가 유통 및 제조 계열사 물류의 자율주행 운·배송 시스템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평소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다 추구하는 ‘공유 경제’에 대해 강조해 온 신 회장에게 차량 공유 정점에 있는 카셰어링은 이 방침과도 딱 들어맞는다. 업계에선 획기적 온라인 노하우로 카셰어링을 선도하는 쏘카와의 협력이 롯데의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건 모든 걸 하나로 묶는 운송 서비스를 말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쏘카가 선점하고 있는 플랫폼과 노하우·데이터베이스는 이를 실현시켜 주는 데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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