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김동선 지원나선 한화 계열사…승계 사전작업 포석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3. 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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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H&R, 솔루션에 토지 등 양도
(주)한화 등 지난해 유상증자 힘보태
유동성 '숨통' 투자재원 확보 탄력
백화점 포함 그룹 유통 총괄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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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H&R)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H&R 상무로의 승계 사전작업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의 경영 승계는 김 회장의 세 아들에게 각각 다른 사업부문을 맡기며 추진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미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그룹의 모태인 석유화학과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광, 수소 등 주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 사업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상무가 그룹에 복귀한 이후 한화에너지에서 한화H&R에 소속되면서 그룹의 유통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한화그룹의 유통사업 규모가 다른 사업군에 비해 작은 만큼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화H&R의 경우 레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자산 규모는 2조4000억원 수준이다. 200조원을 넘는 한화그룹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향후 백화점 사업을 포함해 그룹의 유통 관련 사업을 총괄할 수 있게 사업재편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유관 사업 부문의 인수합병(M&A)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의 성장 동력이 과감한 M&A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해석이다.

물론 김 상무의 경영능력에 대한 입증도 필요하다. 최근 사업재편 과정을 거친 한화H&R에서 김 상무가 성과를 내야만 지배구조 개편, M&A 등 그룹 차원의 지원에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 승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주사 ㈜한화의 최대주주는 22.65%를 보유한 김 회장이고, 김 사장의 지분율은 4.44%에 불과하다. 부사장과 김 상무의 지분율은 1%대다. 이들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의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지분 확대에 나서기보다는 세 형제가 각각 맡은 사업부문에서 독자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H&R은 오는 31일 춘천사업본부 골프장 및 수목원운영사업, 전남 구례군 마산면 토지 및 건물 등을 한화솔루션에 양도할 예정이다. 한화H&R은 이 외에도 보유하고 있던 해외 계열사 지분을 한화솔루션에 양도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 규모는 총 1035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화H&R 측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H&R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원은 한화솔루션에 국한되진 않는다. 지난해 말 진행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는 한화솔루션과 ㈜한화가 참여했다. 한화H&R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지분은 한화자산운용, 한화글로벌에셋 등이 매입하기도 했다

한화 계열사들이 지원에 나서는 건 한화H&R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45억원 규모다. 영업손익은 2019년 -190억원, 2020년 -775억원에 이어 3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0%, 유동비율은 11%, 현금비율은 5%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의 경우 판매한 회원권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높을 수밖에 없지만 유동비율과 현금비율 등 유동성은 건전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한화솔루션과의 거래로 약 1035억원의 현금이 한화H&R에 유입되는 만큼 유동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H&R은 이번에 확보하게 되는 자금을 설악에 숙박 시설과 콘텐츠가 혼합된 복합단지 개발을 진행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 주변 5만 평 대지에 숙박시설 및 콘텐츠 플랫폼 시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화H&R의 콘텐츠 복합단지, 신규 호텔 브랜드 사업의 성과가 중요한 건 김 상무의 승계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사업부문을 김 상무에게 맡기기 위해선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필수 단계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향후 유통사업도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후의 단계는 한화갤러리아 등 그룹 내 유통 관련 사업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백화점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관 사업부문의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한 홈플러스 등을 언급하고 있다. 출구 전략을 세울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독과점 논란 우려가 있는 탓에 국내 대기업 가운데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하다. 갤러리아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로 강력한 유통 채널을 보유할 수 있는 한화가 언급되는 배경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한화그룹이 M&A를 진행할 때마다 매각설이 흘러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상무가 유통 사업군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갤러리아가 그룹 내에서 입지를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H&R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은 김동선 상무 합류 전부터 추진해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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