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한화S&C, 3세 승계 발판 ‘급부상’...10년만에 총자산 27배 고속성장

윤서영 기자 기사승인 2016.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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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S&C가 한화그룹 3세 경영승계의 발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갖고 있는 ㈜한화 지분은 약 7%수준으로 부친의 지분 22%를 승계받기 위해선 수천억원대의 자금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는 김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비롯한 세 아들에게 각각 50%, 25%, 25%씩 지분을 나눠준 이후 10년간 매출이 1000억원 넘게 급증, 자산규모는 27배가량 늘었다.

일각에서 향후 한화S&C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즉 한화S&C의 기업가치를 높이며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에 필요한 ㈜한화 지분을 마련한다는 분석이다. 그룹 승계는 장자 승계 원칙이 강한 한화 풍토상 장남인 김 전무가 유력하다. 현재 김 전무는 삼형제 중 ㈜한화 지분(4.4%)이 가장 높아 경영승계 중심에 서있다. 문제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이다. 두 사람은 ㈜한화와 한화S&C에 보유한 지분율이 각각 1.7%와 25%로 동일하다. 김 상무는 보험과 투자증권 등 ‘금융’을, 김 팀장은 ‘유통’과 ‘건설’을 맡아 후계 수업을 받고 있지만, 한화S&C와 합병이 본격화될 경우 경영승계 작업에서 두 형제간 지분 정리가 난제로 떠오를 수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S&C는 3세들의 지분 인수 후 지난 10년간 매출은 총 1605억원, 총자산규모는 약 27배 성장했다. 주당순이익도 2004년 -6732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3만2915원으로 약 4만원 증가했다. 16일에는 한화종합화학이 2500억원을 출자해 한화큐셀코리아의 보통주 563만2914주, 지분 50.1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한화S&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장남 김 전무가 50%, 차남 김 상무와 삼남 김 팀장이 각각 25%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가 몸집을 키우며 경영승계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화S&C는 지난 2001년 3월 ㈜한화가 67%, 김 회장이 33%의 지분을 출자해 출발한 회사로, 2004년까지만 해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05년 김 회장이 차남과 삼남에게 각각 지분의 16.5%를 주당 5000원에 매각, 두달 뒤엔 ㈜한화가 지분 전량을 장남 동관에게 주당 5100원에 넘긴 이후 흑자전환했다. 당시 검찰과 시민단체 등은 김 회장이 한화S&C 주식을 적정가격의 45분의 1도 되지 않는 헐값에 팔아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화S&C는 2005년 38억원의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645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에는 한화 그룹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크게 작용했다. 2014년 한화S&C의 국내 매출액 4000억원 중 52%인 210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한화S&C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한화그룹과의 합병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S&C는 2005년말 기준 총자본 규모가 723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2조517억원을 기록해 10년간 2조원 가까이 자본 규모가 커졌다.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의 주식 22.5%를 세 아들에게 넘겨주는 대신 한화S&C와 합병하면 상속세 부담은 줄이면서도 ㈜한화의 지분은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는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삼성의 경영승계 방식과 비슷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23.2%)을 삼성물산과 합치면서 삼성 그룹내 지배력을 높였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0%에서 올 9월말 기준 17.8%로 늘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현재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가치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약 6095억원이다. 김 전무가 4.44%(1195억원), 김 상무와 김 팀장이 각각 동일하게 1.67%(448억원)를 보유중이다. 한화S&C도 한화의 지분 2.20%를 갖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S&C가 향후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한화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S&C가 상장할 경우 유상증자 등으로 승계를 위한 시드머니를 확보해 ㈜한화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그림이다. 반면 한화S&C와 한화그룹의 자산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합병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말 연결기준 한화그룹의 총자산은 약 145조6000억원이다.

㈜한화의 3세 경영승계에서 정작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현재 그룹의 주력사업인 태양광을 맡고 있는 김 전무 외에 김 상무와 김 팀장의 동일한 지분이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지난해 2월 한화솔라원과 합병한 이후 연이어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5억149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4%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325억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업황이 살아나면서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이다.

차남 김 상무는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을 거쳐 현재 한화생명에 근무 중이다. 한화생명은 올 3분기 기준 총자산 119조원으로 영업익은 전년보다 약 200% 증가한 2927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 한화손해보험의 총자산은 올 3분기 13조1491억원을 기록했다. 이 두 회사의 총자산은 132조원이 넘는다. 이는 한화그룹의 총자산중 86%에 달하는 규모로 금융계열사가 한화의 ‘돈줄’인 셈이다.

삼남 김 팀장은 건설 분야 외에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듯 하지만 그룹내 비중을 보자면 가장 ‘찬밥’ 신세다. 한화건설은 2013년말 기준 33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014년말과 2015년에 각각 420억원, 45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당이익도 2013년말 1180원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1만5369원, -1만7159원으로 떨어졌다. 자본금도 7조원(올 3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삼형제가 각각 태양광과 금융, 건설 분야를 맡아 사업 조정을 뚜렷하게 하고 있지만 김 상무와 김 팀장의 지분이 동일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실제 금호家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형제간 갈등도 지분 인수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2009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다시 기업들을 되팔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며 계열사 분리를 추진했고, 이후 박삼구 회장이 ‘형제경영의 원칙을 깼다’며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켰다.

한화S&C와 ㈜한화의 합병이 본격화될 경우 경영승계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도 세아들에 각자 다른 사업을 맡기며 후계 작업에 돌입했지만 향후 김 상무와 김 팀장이 갖고 있는 동일한 지분이 난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삼성그룹처럼 당장 계열사를 분리하기보다는 삼형제가 ㈜한화 테두리 아래서 각자 맡은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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