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정유경 신세계 사장, 오빠 정용진 부회장 탓에 ‘속앓이’

임초롱 기자 기사승인 2016. 1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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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사업 맡아도 알짜배기 광주신세계는 경영권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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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남매지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주식 스와프(교환)로 신세계 사업을 주도하게 됐지만 여전히 광주신세계에 대한 지배력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을 담당하는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정 부회장으로, 광주신세계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이 정 부회장의 주머니로 흘러가는 구조인 탓이다. 앞서 지난 4월 정 부회장 남매간 주식 교환으로 정 부회장은 이마트·식품사업을 주력하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 내 경영이 분리된 상황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유일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광주신세계를 통해 막대한 경영승계 자금 마련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 핵심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주주는 각각 18.2%씩 쥐고 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 정 부회장과 정 사장 남매에 대한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 사장은 신세계 사업을 총괄하면서도 광주신세계를 비롯한 알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정 부회장에게 양보하면서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도 답보 상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광주신세계의 별도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113억원 대비 2% 증가한 116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 늘어난 515억원, 순이익은 5.5% 불어난 11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그룹 내 핵심 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2280억원, 3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비하면 광주신세계의 이익 규모는 적다. 그러나 신세계와 이마트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최근 3년간 각각 12~13%, 5~7%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5~2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 광주신세계는 그룹 내에서도 단연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특히 지분구도 상으론 광주신세계의 활용가치가 더욱 높다.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52.08%를 보유한 정 부회장이다. 뒤이어 신세계가 10.42%의 지분율로 2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광주신세계를 통해 신세계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주주에 오른 것은 1998년부터다. 당시 신세계의 100% 자회사였던 광주신세계는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우선권이 있던 신세계는 자금부족을 이유로 실권하면서 신주 전량을 정 부회장에게 배정했다. 정 부회장은 1999년에도 진행된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2002년 광주신세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지금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주식 9.83%, 정 사장이 신세계 주식 9.83%씩 들고 있긴 하지만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받아야만 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최종 마무리된다. 즉, 이 회장 보유 주식의 향방에 그룹 경영권이 좌우될 수 있단 얘기다. 이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마트 9246억원, 신세계 3418억원 등 1조25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장의 주식을 당장 증여·상속한다면 상속세율 50% 적용시 이마트 4600억원, 신세계 1700억원 등 63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현물납부 등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배당 등의 방법으로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 사장의 경우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 방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 사장이 직접 보유한 그룹 계열사 주식은 신세계 외에 지분율이 0.4%에 불과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정도다.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10.42%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정 사장이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올 4월 정 부회장과의 주식 교환을 통해 신세계 사업을 주도하게 된 정 사장이 향후 이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주식만 증여받는다손 치더라도 1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마땅한 자금 마련 창구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아직 정정해 경영승계는 먼 훗날의 이야기”라며 “정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정 사장은 백화점을 비롯한 면세점과 패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등 그룹 내 역할론은 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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