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정유경의 신세계톰보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나

임초롱 기자 기사승인 2016. 11.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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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로 150억 자금 수혈키로
재고자산 급증에 재무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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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세계톰보이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로부터 약 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는다. 부도 이후 법정관리를 졸업하긴 했지만 재고 부담으로 수익성이 재차 악화되면서다. 패션사업의 특성상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거액의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신세계톰보이는 과중한 차입금에 비해 자기자본 규모가 적어 재무적으로 유동성 부담이 있는 상태다.

특히 정 사장과 남매지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 사업을, 정 사장 본인은 신세계백화점과 패션 사업을 주도하는 쪽으로 경영분리가 이뤄진 이후 첫 경영 시험대로 톰보이의 회생 여부가 작용할 전망이다. 정 사장은 이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륨이 적은 신세계의 외형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방안 중 하나로 톰보이를 인수한 바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톰보이는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총 150억원 규모의 신주 3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우리사주 청약과 구주주 청약 비율은 각각 5%, 95%로, 신세계톰보이의 최대주주는 97%의 지분율을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다. 내달 14~15일 청약을 진행한 뒤 실권주에 대해선 별도의 이사회를 통해 배정한다.

1977년 설립된 톰보이는 지속된 적자로 2010년 최종 부도를 맞았다가 이듬해인 2011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됐다. 325억원 이르는 매각대금에다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신세계그룹이 그동안 톰보이에 출자한 금액은 총 414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톰보이는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가 올 들어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톰보이가 4년여 만에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지목된다. 패션사업의 특성상 재고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톰보이의 재고부담은 급증한 상태다. 3분기 말 현재 신세계톰보이의 재고자산은 354억원으로, 전분기 262억원 대비 35%나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261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총자산 777억원의 45%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뒤 줄곧 3~4회를 웃돌던 재고자산회전율도 1.6회로 급격히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횟수가 클수록 재고자산이 현금성자산으로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횟수가 작을수록 재고부담은 커진다.

신세계톰보이의 재고자산회전율 둔화엔 재고자산 증가와 함께 수익 악화가 한몫했다. 톰보이는 올 3분기 누적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법정관리 졸업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에도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상반기 순이익으로 이를 상쇄하면서 누적 기준으로는 6억원의 흑자였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은 8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43.5% 급감한 13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 상으로도 부채비율이 6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의존도는 57%로 높은 레버리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패션사업은 4분기 겨울 의류 매출 마진이 한 해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3분기에 재고를 대폭 늘려 미리 축적해 놓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악성 재고일 경우 현금흐름이 약화돼 유동성에도 부담이 생겨 결과적으론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에 재고 소진 경로인 매장 수와 예년도 재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올해 단행한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신규 론칭에 따른 투자 비용과 유통망 확대 탓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세계톰보이 보유 브랜드 톰보이·코모도·코모도스퀘어·톰키드 등의 매장 수가 2011년 90개 수준에서 올 9월 말 244개로 늘면서 매장 오픈 비용과 함께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제품 개발 등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했다”며 “최종 부도가 난 후 법정관리를 졸업한 회사가 1~2년 만에 재무상태가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어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부터 재고자산회전율을 구하는 기준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로, 기말 재고자산에서 평균 재고자산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과 차이가 크게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적용된 계산법을 동일하게 활용하면 지난해 3분기 말에는 1.7회, 지난해 연간 회전율은 2.1회 수준으로 올 9월 말 현재 1.6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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