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범한판토스로 승계자금 마련하는 LG家 4세들

임초롱 기자 기사승인 2016. 0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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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LG상무계열사지분보유현황
LG그룹 내 주력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가 경영승계 작업에서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범한판토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지분율이 높다. 장남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의 수장인 구 회장은 슬하에 구연경·연수씨 두 딸만 두고 있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이기 때문에 구 회장이 보유중인 ㈜LG 지분 11.28%의 향방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 확보에 영향을 준다. 만약 구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할 경우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세금으로만 수 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구 상무를 포함한 오너일가 4세들이 총 1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어 훗날 4세들의 상속재원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LG전자의 물류 일감을 맡던 하이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최근 마무리했다. 범한판토스가 지난해 LG상사 자회사로 편입된 후 1054억원에 하이로지스틱스를 LG전자로부터 인수한 뒤에 이뤄진 작업이라 그룹 내 물류사업은 일원화됐다.

범한판토스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구정회씨가 설립하면서 LG그룹 방계회사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LG그룹 직속 계열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구 상무는 개인적으로 이 회사 주식 15만주(지분율 7.5%)를 직접 샀다.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장자 직계 혈족들 중에서는 구 상무의 지분율이 가장 많다.

이외에 구 상무가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 주식은 △㈜LG 6.03% △LG상사 2.11% 등이다. 구 상무는 그동안 부친인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LG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확대 작업을 지속하면서 지금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을 지속하기에는 ㈜LG의 덩치는 크다. 이날 종가(보통주 6만4200원·우선주 4만500원) 기준으로 ㈜LG의 시가총액은 11조13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따른 세금 비용은 최소 수 천억원에 달해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비상장사인 범한판토스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워 우회적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범한판토스는 LG상사에 편입되면서 공개된 LG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에만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범한판토스의 지난해 연간 총 매출액 2조1900억원 대비 37%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구 상무가 사들인 범한판토스의 주식 15만주에 대한 평가가치는 228억원에서 296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최근 LG전자의 물류를 담당하던 하이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마무리한 만큼 범한판토스의 기업 가치와 수익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LG의 지분 증여 등 그룹 상속에 필요한 실탄으로는 아직 역부족인 탓이다. 지배구조상 지주사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고 있지 않아 지주사와의 합병 가능성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체제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LG그룹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지배구조상 조커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며 “범한판토스를 통한 물류사업 재편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LG그룹 편입 이전부터 범한판토스와 하이로지스틱스가 맡아온 LG그룹 계열사 물량은 전체의 60~70%에 달했으며, 지난해 역시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며 “그룹 전체에서 범한판토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 경영승계 등과 관련한 내용은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구 상무는 지난해에만 ㈜LG(135억원)·LG상사(1억6000만원)·범한판토스(7억5000만원)로부터 총 144억원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이 역시 승계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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