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SPC그룹, 허영인→허진수·희수 형제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임초롱 기자 기사승인 2016. 08.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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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 허희수 전무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후계구도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허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의 최대주주로, 그룹 승계를 위해선 허 회장의 보유 지분을 증여받아야 한다. 아직 허 회장이 건재하고 지분승계율이 낮은 편이긴 하지만, 허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수 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두 형제는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 스왑(맞교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사장은 글로벌 해외 전략을 담당하고 허 전무는 그룹의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두 형제는 경영수업에 한창이다. 다만 두 형제 중에 그룹 후계자가 확정된 건 아니다. 허 부사장이 허 회장에 이어 파리크라상 2대 주주이긴 하나 핵심 계열사인 삼립식품은 두 형제 모두 비등한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다. 허 회장 본인 역시 차남으로 그룹의 전신인 삼립식품은 애초 형인 허영선 전 회장의 사업이었다. SPC그룹은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설립한 삼미당(현 삼립식품)이 전신으로 허 전 회장이 삼립식품, 허 회장이 샤니를 맡아 계열분리 된 바 있다. 이후 부도 난 삼립식품을 허 회장이 되찾아 오면서 지금의 SPC그룹 대형을 갖추게 됐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PC그룹은 허 회장 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 중인 파리크라상을 정점으로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의 최대주주는 63.5%의 지분율로 허 회장이며,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집계한 이 주식가치는 3628억원에 달한다. 허 부사장과 허 전무는 파리크라상에 대해 각각 20.2%, 1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친인 허 회장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두 형제가 지금의 지분율을 갖게 되기까지는 허 회장 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던 에스피씨(SPC)와 에스피엘(SPL)의 활용도가 높았다. 두 형제는 2012년 당시 파리크라상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갖고 있던 SPC와 SPL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허 회장은 현금을 대가로 받으면서 두 형제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이 높아졌다.

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파리크라상 지분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에도 이 같은 거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핵심 계열사인 샤니는 허 회장 일가가 90.2% 지분을 들고 있다.

이는 앞서 지분 교환 방식과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승계 작업을 마친 넥센그룹의 전철과 비슷하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아들인 강호찬 넥센 사장은 지주사격이던 ㈜넥센과 넥센타이어 지분을 보유하다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스왑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통째로 확보한 바 있다.

아울러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의 활용도 거론된다. 지배구조상 삼립식품의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삼립식품도 거느리게 돼 굳이 삼립식품 지분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삼립식품의 기업가치가 성장할수록 주식 매매 등의 방법으로 상속재원 마련에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얘기다.

2012년초 1만원 선에 머물던 삼립식품의 주가는 이날 1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삼립식품의 시가총액이 863억원에서 1조4842억원으로 불어남에 따라 허 회장 일가는 4500억원 규모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이 가운데 허 부사장과 허 전무의 몫은 각각 1600억원씩이다.

허 전무의 작품인 쉐이크쉑(Shake Shack)버거 국내 론칭으로 삼립식품을 비롯한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쉐이크쉑버거(쉑쉑버거)의 국내 판매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해 매출이 곧장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 수익으로 잡힌다. 삼립식품은 쉑쉑버거 식자재 납품을 맡기로 하면서 향후 지점이 늘어날 경우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허 부사장과 허 전무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난해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긴 했지만 후계 구도와 관련해 구체화된 것도, 논의된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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