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총수부재 리스크 CJ, 경영승계 위한 복잡한 셈법

임초롱,장일환 기자 기사승인 2016. 0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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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지 20년 만에 경영승계 채비에 분주하다. 이재현 회장의 투병생활이 장기화됨과 동시에 실형이 확정되면서 ‘포스트 이재현’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제일제당 미주법인 부장과 1990년생인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아직 어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 남매의 경영수업에 시간이 필요한데다 아직 지분승계율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오랜 투병생활에 따른 건강상태도 경영승계 작업의 변수로 떠올라 CJ그룹은 후계구도 안정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CJ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그룹 차원에서 경영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회장이 오랜 기간 투병생활 중에 실형까지 확정되면서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지주사 체제인 CJ그룹에서 경영승계를 위해선 이 회장이 보유중인 ㈜CJ의 지분 42.12%를 증여받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이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워낙 커 증여세 등에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CJ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20만7000원) 기준 5조5546억원으로, 이 회장이 갖 있는 지분 가치는 무려 2조3395억원이 넘는다.

지주사의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이 과장이 이를 전량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 부담이 크다.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1조15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는 경영승계 방법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이 회사는 2014년 드럭스토어·유통사업을 영위하는 CJ올리브영과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CJ시스템즈가 합병해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자녀인 이 부장과 이 과장에게 각각 이 회사 지분 4.54%, 15.84%씩 넘겼다. 이에 따라 이 과장이 ㈜CJ(76%)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장남인 이 과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지주사와 합병해 4세들이 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남매가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 중에 기업가치가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이 남매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과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외에도 CNI레저산업(37.9%)·CJ파워캐스트(24%)·CJ E&M(0.7%)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 부장은 CNI레저산업(20%)·CJ파워캐스트(12%)·CJ E&M(0.28%)·㈜CJ(0.13%)·CJ제일제당(0.15%) 등을 쥐고 있다.

다만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산이나 규모가 아직 CJ제일제당·CJ오쇼핑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보다 떨어져 기업가치를 더욱 키우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합병시에도 동등한 비율로 지분 교환할 수 있어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시 막대한 상장 차익을 거둬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실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승계가 이뤄진 직후 1년 만인 지난해 말 현재 기준 자산규모가 15.23% 불어난 6603억원, 당기순이익은 무려 122.17% 급증한 591억원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 회사는 미래 성장성도 높은 편인데 특히 SI분야는 보통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는 자회사로 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경영승계에 있어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의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기업활동을 영위하는데 제약을 덜 받고 향후 상장을 통해 오너일가가 부를 많이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J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투병중인 이 회장의 건강상태도 변수다. 최 연구원은 “아직 이 회장의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이고 자녀들의 나이도 어리다”며 “승계작업은 장기적으로 진행되기에 면밀히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남매는 지난해 CJ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배당금으로 총 41억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21억원)·CJ파워캐스트(18억원)·CJ E&M(1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파워캐스트는 사상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면서 이 역시 경영승계 작업을 위한 종잣돈 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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