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임종룡, 조삼모사式 부채감축…‘농협부실’ 더 키웠다

장일환 기자 기사승인 2016. 05.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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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가 조선업과 해운업 중심의 빅배스(누적된 손실을 한 회계연도에 반영하는 것) 검토를 발표하면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임 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STX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통해 대손충당금을 줄여 부채를 낮췄지만, STX조선해양의 상장폐지로 출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조삼모사’ 경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출자전환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은행으로선 ‘극약처방’이다. 단기적으로 대손충당금을 감소시킬 수 있어 재무건정성을 높일 순 있지만, 추후 출자전환한 기업이 회생에 실패하게 되면 지분 손실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최근 진웅섭 금감위원장이 시중은행에 충당금을 제대로 쌓으라고 압박한 것도 이처럼 비용 부담에 충당금을 줄였던 은행들에 대한 경고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도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비용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썼던 극약처방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농협은행이 보유한 STX조선해양 주식 1억7490만주의 장부가액은 1억 7500만원으로 주당 1원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임 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2월 STX조선해양의 대출채권 4199억원을 출자전환해 주식 1억6478만주(5.11%)를 취득했다. 당시 STX조선해양의 주가는 주당 평균 5550원으로, 농협은행은 회생 지원의 차원에서 시가보다 55% 낮은 2500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이 회생에 실패해 상장폐지되자 출자전환액 대부분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시 출자전환은 정부나 금융당국의 지시사항도 농협은행 자체의 결정도 아닌 채권단협의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채권단 의결권 비중을 따져보면 농협은행은 채권단의 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수준은 아니다. 농협은행이 STX조선해양에 갖고 있는 의결권은 17%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34.6%)과 수출입은행(20.5%), 현재 산은에 흡수된 정책금융공사(13%) 다음으로 높았다. 채권단 75%의 동의가 있어야 추가 지원이 가능한 상황에서 농협은행은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입장이었다. 당시 지주 회장이던 임 위원장의 동의가 없었다면 출자전환안이 가결될 수 없었다.

임 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 당시 농협의 수익성과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별도기준)은 2013년 대손준비금 반영 후 705억원에서 2014년 2170억원으로 207% 증가했다. 하지만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쌓지 않아 당시 발생한 부실여신에 대한 비용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협은행의 부실한 여신 평가 능력은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에서도 문제를 제기해온 바 있다. 2009년 농협은행이 B등급(부실 위험성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한 신창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신용평가 부실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통상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는 A등급(정상), B등급, C등급(워크아웃 대상), D등급(법정관리 대상)으로 나뉘는데, 농협은행은 가장 낮은 등급의 기업을 정상 기업으로 취급하는 B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다.

금감원도 2012년과 2013년 농협은행이 유한회사를 차주로 500억원의 자산담보부대출을 승인해주면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소홀히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담당 직원은 문책을 당했으나, 농협은행은 이후 2014년 2월말 296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발생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2010년~2011년 당시 뒤늦게 기업금융에 뛰어든 농협은행은 외형적 성장을 위해 조선업 침체를 예상 관련 여신을 줄인 우리은행 등의 여신을 받아 STX조선해양, 대우조선, 성동조선 등 현재 부실채권 위험이 큰 조선업 내 1~2위 채권은행 자리에 올랐다.

한편, 농협은행은 아직 대우조선해양에 1조1409억원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더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기업금융 부담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여전히 조선업 부실에 따른 변수는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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