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박삼구 회장, 선제적 구조조정 속도…그룹 재무부담은 여전

박세령,장일환,박병일 기자 기사승인 2016. 05.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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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터미널, 오는 6월 금호기업 흡수합병…지주사 체제 구축 도모
합병 결정 이전, 아시아나항공 보유 금호터미널 지분 100% 금호기업에 매각
아시아나 부채비율 900%→770%대로…그룹 차입금 부담은 여전히 높아
금호아시아나그룹-지배구조변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불안한 그룹 재무구조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 지주사로 전환되는 금호터미널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불안했던 계열사내 자금동원이 한층 수월해 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호터미널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그 성과는 기대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연결기준 이익잉여금 251억원, 현금성자산 214억원을 보유중이다. 금호고속 등의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 3051억원과 골프장 및 리조트 등 보유중인 토지도 공시지가 기준 5001억원이다.

이런 이유에서 금호기업을 흡수한 금호터미널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일 금호아시아나 그룹 산하 죽호학원의 계열사 케이지가 금호타이어 물류협력업체인 ‘티엘’의 지분을 전량 인수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은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원 역할로는 부족한 상태다. 실제 이번 합병을 위해 금호터미널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리조트 지분을 아시아나아이디티·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세이버에 406억원에 매각, 리조트 관련 자산을 활용하기 힘들어졌다. 또 목포터미널 등 부동산자산이 차입금 6960억원에 대해 담보(1조799억원)로 잡혀있는 것도 자금 동원의 한계다.

무엇보다 무형자산으로 잡고 있는 금호고속의 영업권도 100% 금호터미널이 확보했다고 하기 힘들다.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6월 코에프씨PEF로부터 금호고속 지분 100%를 인수해 금호고속·속리산고속·금호고속관광 등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했다. 다만, 그 해 10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칸서스KHB에게 3900억원에 양도해, 현재는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으로 실질적인 잠재적 의결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무상황 또한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금호터미널은 358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693%에 달했다. 유동부채는 7535억원, 단기차입금은 599억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주요계열사의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금호산업 인수와 이번 합병작업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금호기업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CJ대한통운 등 백기사를 통해 자금 일부를 마련하고 박 회장이 100% 출자해 만든 아시아펀드와 그룹 재단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이 유증에 참여해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1월에는 금호기업이 실시한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박 회장이 직접 나서는 등 쉽지 않은 자금동원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번에도 금호기업은 NH투자증권에서 금호터미널 주식을 담보로 2000억원(6개월만기)을, 대신증권에서 금호산업 주식을 담보로 800억원(1년만기)을 대여해 금호터미널 지분인수에 나섰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이들 계열사의 총 차입금은 2조24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9% 증가한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과 1년 이하 회사채 미상환 잔액만 1조4344억원 규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37.6%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이 올해 대형기 A380 추가 도입을 위해 항공기 파이낸싱에 나설 경우 채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이번 합병이 그룹재무구조 개선과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은 보유중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 규모로 매각해 지난해말 990%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778%대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 등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 및 합병도 그 일환이다. 이를 통해 견실한 홀딩컴퍼니 구축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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