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한진해운 탓에 휘청이는 한진칼…오너家 유증 참여 ‘촉각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6. 04.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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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부실계열사 한진해운 탓에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며 휘청이고 있다. 지금까지 한진 계열사들이 한진해운에 지원한 금액만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출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5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책임 회피’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 청약을 통해 오너 일가가 지분율을 늘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0% 미만으로, 그룹 내 지배력이 견고한 상태는 아니다.

◇한진해운 탓…유동성 악화 우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은 전일 10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 측에서는 계열사 지원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한진해운 지원으로 높아진 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인 만큼 무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진칼은 지난 2월 한진해운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단기 차입금이 11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단기차입금 차환보다 증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증자 대금으로 1113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상표권을 매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대한항공은 6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투입했고, 올해 초에는 한진해운이 발행한 2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했다. 한진칼도 상표권 양도로 11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오너家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촉각’

업계에서는 이번 증자에 오너 일가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29.8%다. 1대 주주는 조 회장으로 17.8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의 아들 원태씨, 딸 현아·현민씨도 각각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실권 없이 모두 증자에 참여할 경우 조 회장은 113만827주의 신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185억원 규모다. 현아·원태·현민씨도 78억원 가량을 투입해 총 47만2659주를 확보하게 된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진칼은 소액 주주 비중이 70%에 달하는 곳인 만큼, 오너일가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실권 비율이 높아져 증자가 성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주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참여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초과청약을 통해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지만, 오너 3세의 취약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증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증자는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신주 1주당 0.2주를 초과청약할 수 있다. 이 경우 오너 일가는 최대 53억원을 투입해 32만697주를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책임 회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초 대한항공 유상증자 당시 오너일가의 ‘얌체 증자’가 논란이 됐던만큼, 이번에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조 회장 일가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증자 전 보유 대한항공 주식을 모두 한진칼 주식과 교환, 증자 금액 5000억원 중 단돈 10억원을 부담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보유 지분만큼 신주인수권 증서를 배분받는다. 증자 참여는 총수 일가의 개인 의사기 때문에 이번 증자에 참여한다 안한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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