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베일 벗겨진 롯데 해외계열사 지배구조, 끝없는 롯데국적 논란

박병일 기자 기사승인 2016. 02.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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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 보유 일본롯데, 기타주주로 허위공시 적발"
재계 일각 일본국적 논란 피하려 고의성 의구심
롯데 공정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의 일본 롯데를 이용한 한국 롯데 경영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견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의 일본계열사 등 해외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공개하면서 확인된 일본롯데의 지배구조는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일본롯데의 14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한국롯데의 성과를 일본롯데가 가져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롯데그룹이 국적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해외계열사를 ‘계열사’가 아닌 ‘기타주주’로 공시해 왔다는 점은 일본롯데의 영향력을 애써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단 공정위는 롯데의 해외계열사에 대한 신고위반을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고의성에 대한 사안은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본 롯데 계열사 수는 총 36개사로, 이 중 신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 및 경영권에 직접 관련된 계열사는 광윤사·롯데홀딩스·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L투자 회사 등 19곳이다. 이 중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경우 총수일가가 각각 88.75%와 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SI(1.71%)와 롯데그린서비스(9.26%)·패밀리(10%)·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20%)도 1%대에서 20%까지 총수일가의 영향력 안에 놓여 있다. 여기에 한국롯데를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단독 대표 이사로 있는 일본 계열사는 LSI를 비롯, 12개의 L투자회사·롯데인베스트먼트 등 14개사다. 신 회장은 이 외에도 롯데홀딩스(공동대표 쓰쿠다 다카유키)·지바롯데마린즈(공동대표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현재 광윤사·롯데홀딩스·L투자회사와 스위스에 위치한 LOVET AG가 지분을 보유중인 국내 계열사는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부산롯데호텔·롯데알미늄·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캐피탈·롯데케미칼·롯데리아·롯데푸드·롯데정보통신·롯데로지스틱스 등 11개사다. 이들 11개사 보유주식의 지분가액은 9899억원(액면가 기준)으로 국내 86개 계열사의 총 자본금 4조3780억원의 23%에 달한다.

특히 일본롯데는 한국롯데의 핵심계열사인 호텔롯데(99.3%)·부산롯데호텔(99.9%)·롯데물산(68.9%)·롯데알미늄(57.8%)에 대해서는 절반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확고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계열사들을 직간접적으로 일본롯데가 지배하며 67개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롯데를 관리하고 있는 구조다. 이런 지배구조는 지난해 심화된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싸움에서 불거졌고, 롯데 국적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이 한국롯데의 매출이 2013년 기준 약 83조원으로 일본롯데(약 5조7000억원) 대비 14배이상 많다는 점은 한국에서 벌어 일본롯데를 배불린다는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다.

국내 민심에 신경 쓰던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롯데가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논란을 잠재우는 데 집중했었다. 하지만 한국롯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의 핵심 계열사들을 ‘기타주주’로 공시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롯데 국적논란은 다시 한번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에 대해 “롯데는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고, 사업 활동이 주로 국내서 이뤄지고 있는 점, 공정거래법에 상호 출자제한법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호텔 롯데에 대한 지분율이나 등 일본 계열사들이 출자한 비율이 50% 를 넘어 상당부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배당을 통해 일본계열사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며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한국롯데를 지배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롯데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경영상 특수성이 반영된 것일 뿐 고의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롯데 국적논란이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한국 롯데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기타주주로 공시를 해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호텔롯데가 이르면 5월경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이슈는 공모진행에 있어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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