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이재용의 삼성SDS 주식 매각, 오너 리스크 가동?

이승환 기자 기사승인 2016. 02.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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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일부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한 여파로 삼성SDS의 주가가 15%이상 급락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오너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블록딜로 시장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추가 지분 매각이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지분 매각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주가 급락세가 이어질 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1일 삼성그룹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SDS가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삼성SDS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하려면 주가 상승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삼성전자-삼성SDS 합병 같은 사업 재조정을 통해 삼성SDS가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28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의 주식 2.05%를 블록딜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것을 두고 지분 처분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블록딜 이후에도 삼성SDS의 지분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3세들이 1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을 보면 이 부회장이 9.0%, 부진·서현 자매가 3.9%씩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예상 보다 빨리 단행됐다는 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실권주 매입을 위해 진행된 이번 블록딜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보다 실적 고전을 거듭하는 ‘계열사 살리기’에 역점을 둔 사안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을 삼성SDS의 지분매각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그간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적어도 올해까지 지분을 보유하면서 삼성SDS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S가 지난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걸맞는 기업가치 상승’을 회사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 부회장의 주식 매각은 삼성SDS 주가에 악재로 나타났다. 단순한 심리적 영향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이해하는 해석도 있지만 삼성SDS를 활용한 지부구조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이 되려면 양사 간 주가 격차를 줄여야 했던 삼성 입장에서는 반길만 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9일 종가기준 삼성SDS의 주가는 22만1500원으로 삼성전자(주당 115만원)의 5분 1 이하다. 더욱이 삼성SDS의 가파른 하락세와 달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44% 상승했다.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설은 이 부회장의 취약한 삼성전자 지배력 때문에 불거졌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양사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추이대로라면 합병을 해도 이 부회장이 가져가는 삼성전자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측의 부인에도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의 주식은 삼성전자 지분 승계 자금 및 본인의 지배구조 강화를 하는 데 쓰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매각은 이런 시나리오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삼성SDS의 역할이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예상외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너가 추가 지분 매각하게 되면 삼성SDS 주가하락은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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