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롯데그룹, ‘일본기업’ 낙인 또 불거지나?

박병일 기자 기사승인 2016. 01.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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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롯데, 롯데제과 지분 공개매수로 지분율 10%대로
광윤사, L투자회사등 여전히 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 영향력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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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발생한 롯데그룹에 대해 일본기업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제과의 지분 공개매수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내 롯데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그룹 경영권 강화를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한·일 통합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분 취득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의 영향력만 강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중 일본롯데의 핵심인 광윤사를 비롯, 롯데홀딩스·㈜롯데·L투자회사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힌국롯데 계열사는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부산롯데호텔·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이다. 이들 회사는 한국롯데의 알짜 계열사들이다.

이 중 롯데제과는 국내 식음료 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지난해 ㈜롯데의 지분 공개매수 역시 신 회장의 국내 식음료 사업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중심에 서 있었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18.33%)·롯데푸드(9.32%)·롯데쇼핑(7.86%)·롯데리아(13.59%)·코리아세븐(16.5%)·롯데닷컴(8.94%)·롯데로지스틱(4.64%)·롯데정보통신(6.12%) 등 식음료 및 유통 관련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현재 롯데제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치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가 지분을 늘리기 전 롯데제과는 롯데알미눔과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일본 롯데가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쳐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롯데의 지분(2.07%)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분인수로 ㈜롯데의 지분율은 9.89%로 높아져 롯데알미늄에 이은 2대주주에 오르며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롯데제과에 대한 일본 롯데의 영향력은 ‘광윤사·L제 2투자회사→롯데알미늄·호텔롯데→롯데제과’와 함께 ‘광윤사→롯데홀딩스→㈜롯데→롯데제과’ 고리가 더욱 강화됐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롯데를 이용한 전략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신 회장 본인이 출자를 한게 아니라 일본 계열사를 통해 이뤄진 지분 확대라는 점은 일본롯데의 한국롯데 영향력 강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일었던 일본기업 논란이 수면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국적논란은 지난해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싸움이 일어나면서부터 불거졌고 당시 문제가 됐던 한국롯데 계열사에 대한 일본롯데의 높은 지분율은 지금도 유효한 상태다.

실제 신 회장이 국적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중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광윤사 5.45%, L투자회사(L1, L2, L4~L12) 11곳이 72.65%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국내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케미칼·롯데건설·롯데상사·대흥기획·롯데캐피탈·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을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100% 갖고 있다. 일본 L제 2투자회사와 광윤사가 34.92%와 22.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알미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신 회장은 지난해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로 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416개나 되는 순환출자 고리중 349개를 해소했다. 예상시가총액 10조원의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일본 롯데의 영향력 축소와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신 회장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국내 롯데 주요계열사에 대한 일본롯데의 여전한 영향력은 신 회장의 걱정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호텔롯데가 상장될 경우 상장차익에 따른 일본계열사 배불리기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지분인수부분은 일본의 영향력 강화라는 의도보다는 신 회장이 추진중인 한·일통합경영을 통한 시너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일본롯데 쪽에서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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