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현대제철 지분해소 ‘걸림돌’...고민 깊어진 정의선

조상은,이후섭 기자 기사승인 2016. 01.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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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추가출자 지분 해소해야...추정금액 4400억원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 발목에 계열사 동원 여의치 않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수정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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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라는 걸림돌을 만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졌다. 정부가 현대제철의 추가출자 지분 매각을 지시했지만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 취득을 할 경우 또 다른 순환출자고리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용의치 않다. 지분취득 자금으로 활용이 가능한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년간 보호예수가 걸려 현금화가 불가능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뤄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강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4400억원가량(지난해 12월 30일 현대제철 종가기준)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현대차가 보유한 현대제철 주식 574만5741주(4.3%)와 기아차 보유주식 306만2553주(2.3%)가 추가 출자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까지 추가출자분을 해소하거나 강화된 순환출자고리 자체를 해소하라고 요구했고, 현대차그룹은 해를 넘긴 현재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룹 내 시가총액 기준 5위에 해당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함부로 시장에 내다팔 수도 없거니와 주요 핵심사들은 이미 순환출자고리에 들어가 있어 신규 출자가 불가능하다.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에 영향을 받지 않은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손꼽힌다. 지분을 사들일 여력도 충분하고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현대모비스와 향후 합병 가능성이 높아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5.7%)이 또 다른 상호출자 복병으로 나타날 수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차선책으로 현대백화점그룹 등 범 현대가의 지원도 예상 시나리오로 나온다. 다만 4400억원에 달하는 적지않은 규모와 우호세력을 통한 그룹지배력 강화라는 외부의 곱지않은 시선에 쉽게 예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향후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을 통해 마련한 1조원으로 현대차 지분 2.3%를 사들이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관측을 야기했다.

애초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현대차 혹은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한 현대글로비스 합병 시나리오는 현대제철을 포함한 순환출자고리가 그대로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합병하는 지주회사 전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순환출자 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규모가 커서 계열사 간 지분 매각 및 매입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며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동시에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지분율 확대 측면에서의 수혜가 제한적이기에 현대차그룹에서 혜택보다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현대차·기아차의 인적분할 및 각 투자회사 간 합병을 통한 지분정리가 필요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업황 및 기업들의 시가총액, 분할과 합병 절차를 고려하면 지주회사 전환이 능사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순환출자 해소라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현대제철 지분 처리문제와 동시에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두고 정 부회장의 고심이 이래저래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합병 등기 후 새로 강화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도록 유예기간 6개월을 두고 있으며, 유예기간 동안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않으면 주식처분매각명령·시정명령·과징금 부과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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