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와신상담’김준기 회장, 금융 중심 ‘동부 재건’시동

박병일,조희경 기자 기사승인 2015.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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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계열사 60% 감소...비금융계열사 51개사서 15개사로
동부화재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협업 통해 체력 강화
동부그룹-금융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비금융 주력 사업을 정리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화재 중심의 금융계열사를 앞세워 그룹 재건에 나선다. 동부건설·동부제철 등 그룹의 중추적 계열사의 경영권을 잃은 이후 와신상담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금융계열사는 과거의 동부그룹 명성을 다시 세워줄 핵심 열쇠이자 그룹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비금융계열사의 3분의 2이상이 김 회장의 손을 떠난 이후 그룹의 비금융부문의 중심으로 키우려던 동부팜한농마저 재무적투자자(FI)의 요구로 매각작업이 된 이후 동부그룹의 무게 추는 급격히 금융계열사로 집중돼 왔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1개사였던 비금융계열사는 올해 9월 21개사로 60%가까이 줄은 반면 금융계열사는 12개사로 변화가 없는 상태다. 특히 비금융계열사는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동부건설과 청산을 결정한 동부전자재료 등이 제외되면서 15개사로 더 줄었다. 현재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동부하이텍이 매각되면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를 대표할 곳은 동부대우전자 정도가 된다.

현재 남아있는 계열사로는 그룹의 재건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올해 3분기 4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동부하이텍은 매각을 앞두고 미래가 불투명한데다 동부대우전자는 TV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신사업진출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결국 김 회장이 믿을 수 있는 곳은 동부화재 중심의 금융계열사다. 동부 금융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화재는 김 회장과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실장, 장녀인 김주원 씨가 각각 7.87%, 14.06%, 4.07% 등 총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문화재단(5%)과 자사주(10%)를 포함하면 동부그룹이 보유한 동부화재의 지분은 총 41%로 올라간다.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채권단에서 총수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거절할 정도로 김 회장에게 금융계열사는 놓쳐서는 안되는 핵심 계열사다.

일단 금융계열사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올해 3분기 동부화재의 순이익(개별)은 11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900억원대비 200억이상 증가했다. 6월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RCB)은 221.3%을 기록해 금융당국의 기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계열인 동부화재·동부생명·동부증권의 현금성 자산은 총 1조6864억원(2분기말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1조6000억원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과 미얀마에 진출한 동부화재는 동부캐피탈과의 협업을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자동차 구매자 가운데 약 60%가 자동차할부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할부금융업 시장이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할부금융은 캐피탈회사가 주로 진행하는 만큼 동부화재의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서 동부캐피탈이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이나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계열사들의 규모가 여전히 동부화재와 격차가 커 각 사의 자체경쟁력을 키워 향후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인사는 없을 전망이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올해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고, 이태운 동부생명 사장은 지난해 취임했다. 동부증권의 경우도 고원종 사장이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에게 금융계열사, 특히 동부화재의 경영권을 잃을 경우 그룹이 해체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김 회장에게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라며 “동부화재와 금융계열사 협업으로 체력을 키워 장기적으로 매각된 핵심 비금융계열사를 다시 찾아오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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