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방안은?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5. 11.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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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삼성전기·삼성화재 보유 삼성물산 지분 매각 유력
블록딜 통해 계열사 및 우호 세력에 매각 가능성 높아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신규-순환출자-고리
통합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생긴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2조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순환출자 발생 시 해당 주식은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나 그룹 계열사, 우호 재계 세력 등과의 블록딜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합병)’ 등 총 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들 3개사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4.73%, 2.61%, 1.37%를 갖고 있다.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식은 총 904만2758주로, 6일 종가 기준 1조37억원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는 각각 8231억원, 3250억원으로 총 2조1518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생명→삼성전자’ 출자 고리를 끊을 경우 대부분의 순환출자 구조가 정리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두 고리는 사실상 해소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0.06%, 삼성전자 0.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가격도 만만찮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 가치는 4조2170억원이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4조2145억원 규모로 사실상 이만한 자금 여력이 있는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신규 순환출자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지배구조 단순화에 나선 삼성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평가다.

지난 5일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등기를 마친 지난달부터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검토 결과 일부 순환출자가 새로 생기거나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된 경우 이에 대해 제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만약 이 매물이 연달아 나올 경우 시장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블록딜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삼성물산이나 계열사, 우호 세력 등과의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수에 나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거 KCC는 2012년 금산분리법에 따라 비금융 계열사 지분 해소에 나선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제일모직 지분 17%를 매입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이 지분을 매입하면 좋지만 최근 합병 후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쉽게 수조원대의 자금을 지분 매입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계 우호 세력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30개 중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10개 △삼성생명의 삼성물산 지분처분으로 6개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주식처분으로 7개 등 일년새 23개를 줄였다.

용어설명 : 순환출자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내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작년 7월부터 기존 순환출자를 제외한 신규 순환출자는 법으로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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