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배당 늘린 한화생명…속내는?

조희경,김예람 기자 기사승인 2015. 04.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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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지분구조·
실적악화로 고민하고 있는 한화생명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전년대비 35%이상 많은 고액 배당 잔치를 벌였다. 보통 수익이 감소할 경우 배당성향은 줄기 마련인데 한화생명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최대주주는 한화건설과 (주)한화, 한화타임월드 등 한화 계열사로 보유한 지분이 50%에 육박한다.

일각에선 한화생명의 거액 배당결정이 재무구조가 악화된 계열사 살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주)한화는 2조원에 달하는 삼성석유화학과 방위산업계열사를 인수키로 하면서 막대한 현금 수혈이 필요한 실정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1주당 180원을 현금배당했다. 한화생명의 배당수익률은 2.2%, 총 배당금액은 1488억4001만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35.9% 증가한 금액이다.

배당성향은 28.2%에서 36%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서는 인력 구조조정 비용과 금리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추가적립(130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 줄어든 4140억원에 머물렀다.

실적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고액배당을 결정하면서 최대 지분을 보유한 한화건설과 ㈜한화 등 계열사들이 최대 혜택을 보게 됐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한화생명의 ‘통큰 배당’이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한화생명의 지분을 각각 24.88%, 21.67% 갖고 있는 한화건설과 ㈜한화는 389억원, 339억원을 배당받았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41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 당기순이익 479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컸다.

한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플랜트 공사 연장 등으로 비용이 추가돼 지난해 2분기에만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포 풍무지구 미분양 등으로 국내 주택 부문에서도 552억원 가령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화건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의 영업이익은 8637억원에서 5158억원으로 무려 40% 넘게 감소했고, 16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해외 건설사업 원가 증가분 반영 등에 따른 이익감소 탓”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이 22.51% 지분을 보유한 ㈜한화도 삼성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인수하게 되면서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는 “3년 분납에 대해 내부 현금과 이익금·배당금으로 인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재무 상황은 넉넉지 않다. 결국 한화생명의 고액배당은 한화그룹, 더 나아가 김 회장의 의중이 담긴 행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시선이다.

사실 한화생명의 배당 확대는 예견된 결과다. 정부가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기업들의 배당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정부의 배당 확대 방침과 주주친화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액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한화생명의 배당성향이 26~27%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30%를 크게 웃도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배당 확대가 자칫 지분 50%에 달하는 한화건설과 ㈜한화 등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결국 한화생명이 과감한 현금배당으로 실적 부진의 계열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한화건설(지분율 24.88%), 한화(21.67%), 한화타임월드(1.75%) 등 한화그룹 특수관계자가 지분 48.3%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그룹 내에서 가장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의 캐시카우인 셈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자산총액은 82조2955억 원으로 2위인 한화손해보험 9조63억 원보다 9배가량 많은 자산을 가진 그룹 내 큰 형이다.

한화생명은 과거에도 계열사 지원에 적극 나선 전적(?)이 있다.

한화생명은 2013년 1255억원 규모의 서울 중구 소공동 한화빌딩 토지와 건물을 한화케미칼로부터 사들였다. 한화케미칼의 빌딩 매각 목적은 현금자산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한화손해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해 475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한화 장교빌딩을 395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한화생명은 빌딩 매입대금으로 5205억원을 한화케미칼에 지원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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