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신격호 회장, 비상장사 1개로 롯데그룹 ‘쥐락펴락’

김현기 기자 기사승인 2015. 0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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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지배구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3)이 일본 비상장사 1개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느 그룹보다 복잡한 지배구조 아래 사실상 개인회사와 다름없는 소규모 기업을 통해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재계 4~5위인 한국 롯데그룹에 일본의 비상장사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당국의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계열사는 81개다.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 등 상장사가 총 8개고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사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것은 일본 광윤사(光潤社)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지분 5.50%, 6.8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호텔롯데다. 순환출자고리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8.83%·롯데칠성 5.93%·롯데제과 3.21% 등 그룹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은 한국과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캐피탈 11.47%·롯데푸드 4.38%·롯데쇼핑 0.78%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지분을 각각 19.07%, 46.62% 보유하고 있다.

소규모 포장재 회사인 광윤사 역시 비상장회사로 신 총괄회장이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직원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이 회사가 무려 80여개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비상장회사들이 그룹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회사 내부사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광윤사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서도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사실상 전 롯데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6.83%·롯데칠성 1.30%·롯데쇼핑 0.93%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은 롯데제과 5.34%·롯데칠성 5.71%·롯데쇼핑 13.46% 외 13개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1월에 걸쳐 경영 일선에서 일부 물러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1)도 롯데제과 3.96%·롯데칠성 2.83%·롯데쇼핑 13.45% 지분을 지니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여러 계열사들이 상호 순환출자한 형태여서 복잡하지만 그룹내 지배구조상 위치 및 수익의 기여도 등을 감안하면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쇼핑이 중요하다”면서 “그 기업들을 지배하는 기업이 지배구조의 최정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광윤사의 지분 향배가 향후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역할의 키(key)”라며 “사업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며 음식료와 유통 위주에서 벗어나 업종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국내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 롯데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일본 비상장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롯데그룹의 특성상 상장사보다 비상장계열사가 많고,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는 국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는 점에서 향후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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