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박현철 부회장 투입 3년...마이너스로 돌아선 현금흐름

김소라 기자 기사승인 2026. 02. 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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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보증으로 버틴 3년, 본업 현금은 고갈
유동부채 4.7조원… 그룹 부담 전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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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해 투입된 박현철 부회장 체제가 3년을 맞았지만 회사의 기초 체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별도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407억원으로 꺾였고, 금융비용(3000억원)이 영업이익(1771억원)을 상회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펀더멘털' 개선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전반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이 이어지면서 롯데건설 또한 차입과 외부 유동성으로 버텨왔다. 그 사이 영업에서 실제로 창출되는 현금 흐름은 악화됐고 결국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유동성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부회장이 이끈 지난 3년간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연결 기준 155%, 별도 기준 160%감소했다.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1783억원에서 2023년 499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4년 979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별도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2022년 2362억원에서 2023년 108억원으로 급감한 뒤 2024년 1407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박 부회장의 책임 경영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2022년 말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투입됐지만 지난 3년간 구조적 체질 개선보다는 차입과 계열사 보증을 통한 방어에 머물렀다는 평가다.실제로 미청구공사 대금과 매출채권 증가로 현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 흐름이 빠르게 악화됐다.

손익계산서상 흑자에도 현금이 마르는 구조는 금융비용 부담에서 더 선명해졌다. 2024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771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3000억원 안팎에 달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이자·금융비용 부담이 더 큰 모습이었다.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695억원을 기록했는데 현금흐름표상 이자지급액은 1719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100%를 넘는 현금이 이자 지급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계열 보증 구조가 조달 여건을 보완하더라도 실제 현금 유출 부담은 발행 주체인 롯데건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롯데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상당수에는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이 붙어 있지만 이자 비용과 상환 부담은 롯데건설의 별도 기준 손익과 현금흐름에 반영된다. 보증 제공 계열사는 우발채무 성격의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다.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차입은 계속 늘었다. 2024년 연결 기준 유동부채는 4조7428억원으로 커졌고 유동비율은 2023년 117.6%에서 2024년 107.3%로 1년 새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연결 기준 6133억원, 별도 기준 5669억원에 그쳤다. 이 중 사용 제한 예치금 527억원을 제외하면 실질 가용 자금은 5142억원으로 줄어든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 부채가 보유 현금의 약 9배에 달하는 셈이다.

차입금의 출처를 살펴보면 빚으로 빚을 막는 흐름은 계속됐다. 롯데건설은 위기 초기인 2022년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본사 사옥을 담보로 3000억원을 조달하고 계열사 자금을 끌어다 썼다. 이후 고금리의 메리츠증권 펀드를 이용하다 최근에는 시중은행과 2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를 상환(리파이낸싱)했다. 채권자가 '일본·계열사 → 제2금융권 → 시중은행'으로 바뀌었을 뿐, 차입 의존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발채무와 소송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꼽히는데 롯데건설은 2024년 기준 주택분양보증 7조5206억원, 공사이행보증 등 4조692억원의 지급보증을 공시한 바 있다. PF 약정에는 책임준공 미이행 시 조건부 채무인수 등 트리거 조항이 포함된 사례가 있어 프로젝트 차질 발생 시 우발채무가 단기간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피소 92건 1051억원, 제소 20건 2113억원이 계류 중이며 소송충당부채 129억원이 설정돼 있다.

여기에 신용도 하락이라는 추가 부담이 더해졌다. 롯데건설은 2025년 6월 18일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수익성 회복 지연과 현금흐름 악화, PF 관련 우발채무 부담 등이 반영된 결과다. 신용등급 하락은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금리 상승과 조건 악화로 직결될 수 있어, 향후 유동성 관리 여건을 더욱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거론되는 선택지는 자산 매각이나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이다. 롯데건설은 장부상 약 8조원 규모의 비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자산인 잠원동 사옥은 이미 차입금 담보로 잡혀 있다. 나머지 투자부동산과 토지 역시 업황 침체로 유동화가 쉽지 않아 단기간에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배구조상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이다.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부담은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지만,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 또한 업황 부진과 재무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어 2022년과 같은 전면적 지원이 반복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도 계열사 보증과 담보 제공이 일부 작동하고 있으나, 단기 유동성 완충과 동시에 그룹 차원의 재무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 개선을 위해 자산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회사 자금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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