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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이 IPO(기업공개)를 중단한 뒤에도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고 배당을 축소하는 등 자본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밸류) 재정비에 나섰다. 또한 수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 지주사인 CJ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재무 안정 조치지만 이재현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 부사장 중심의 지배력 강화와 승계구도 신호로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CJ 미래기획실장으로 복귀하며 경영 전면에 재등판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선호 CJ 부사장이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은 11.04%다. 현재 이 부사장은 CJ 지분을 2%밖에 보유하지 않아 향후 올리브영과의 합병으로 CJ 지분율을 올리는 방법이 가장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로 꼽힌다. 올리브영의 가치가 올라갈 수록 CJ와 지분 교환에 유리한 구조다. 특히 향후 CJ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면 이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올리브영이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3909억원(244만5625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했다. 회사는 한국뷰티파이오니어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투자자 보유 지분을 조기 회수하는 구조를 마련했고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취득의 건을 원안 가결했다. 비상장사 특성상 시장매수가 아닌 특정 투자자 지분을 내부로 흡수하는 지분 정비형 거래라는 점에서 단순 환원보다는 구조개편 대비 내부 밸류 리셋 성격이 짙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자본잉여금은 4147억원에서 1647억원으로 60% 줄었고 이익잉여금은 5609억원에서 1조2226억원으로 118% 늘었다. 그럼에도 배당금은 전기 998억원에서 당기 576억원으로 42% 감소했다. 임의적립금은 2082억원에서 7393억원 3.5배 증가했다. 배당가능이익이 늘었음에도 배당을 축소한 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내부 유보를 확대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IPO 지연으로 외부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현금 확보를 통한 투자여력과 재무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읽힌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4조7934억원, 영업이익 5993억원, 순이익 47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CJ 연결 기준 매출 47조1633억원, 영업이익 2조5475억원과 비교하면 매출 비중은 10.1%, 영업이익 비중은 23.5% 수준이다. CJ는 올리브영을 종속회사로 완전 연결 회계 처리하기 때문에 지분율(51.15%)과 관계없이 영업이익 100%가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하지만 시장 밸류 관점에서는 다르다. 지주사 밸류는 '보유 지분 가치 × 지분율'로 평가되기 때문에 올리브영 가치의 절반만 CJ 밸류에 반영된다.더구나 올리브영이 비상장사인 만큼 시장에서 객관적인 시가총액이 존재하지 않아 CJ 주가 밸류에서는 실제 수익성 대비 저평가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합병이나 상장(IPO)을 통해 공식적인 밸류 평가를 받아야 CJ 지주 가치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일관된 시각이다.
올리브영의 주주 구성은 CJ 51.15%, 이선호 부사장 11.04%, 이경후 부사장 4.21%, 이재환 이사 4.64%, 이소혜·이호준 각 2.83%, 자기주식 11.29% 등이다. 이경후 부사장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선호 부사장은 차남, 이재환 이사는 동생으로,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만 20%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를 승계의 교차 지점으로 보고 있다. 이선호 부사장은 제일제당·대한통운·올리브영 등 그룹 핵심 수익축을 쥐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은 현금창출력이 높은 비상장사이자 CJ그룹 높은 수익률(영업이익률 12.5%)을 내는 계열사로, 향후 합병·지분교환 등 구조개편 시 핵심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이선호 부사장의 CJ 지분이 2% 수준에 불과한 만큼 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한 합병만이 지주사 내 지배력 확대의 현실적 해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J 입장에서도 비상장 자회사의 높은 수익성이 지주사 밸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결국 합병이나 상장을 통한 밸류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IPO가 재개될 경우 시장 평가를 통한 객관적 밸류 산정으로 합병 비율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반대로 상장을 미룬다면 내부 유보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내재가치를 선제적으로 끌어올리는 셀프 밸류 리셋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리브영은 2022년까지 3차례 임직원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현금결제형(현금차액보상)으로 회계 처리했다. 상장 연기 탓에 행사 불가 상태지만 회계상 잠재 보상부채로 남아 있어 향후 현금 정산 혹은 주식 전환 가능성도 있다. 유보금 확충이 이를 염두에 둔 대응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부 자본 정비 외에도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법인(CJ Olive Young (Shanghai) Corporation)을 청산하고 일본 법인(CJ OLIVE YOUNG JAPAN CORP.)을 신설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현지 법인(CJ Olive Young USA, Inc.)을 설립하며 IPO 대신 글로벌 뷰티 유통 밸류체인 재편에 방점을 찍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K-뷰티 글로벌 확산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미래 성장 재원 확보와 의사결정 구조 효율화가 핵심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