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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교보생명의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금융기업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 확보를 추진하면서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엑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이후 15년 만에 현금화 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SBI홀딩스'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SBI홀딩스는 향후 교보생명 지분을 2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매수자를 찾지 못했던 수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됐다. 교보생명은 비(非)상장회사인 만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현금화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은의 자금 확충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발(發) 글로벌 통상 전쟁 여파로 국내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자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번 지분 매도 기회를 놓치면 교보생명 IPO(기업공개) 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 전환에 우선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IPO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승계 비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수은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5.85%)의 가치(장부가액)는 작년 말 기준 3838억원이다. 주식 취득가액(2887억원) 대비 지분가치가 951억원 가량 상승했고, 2021년(3198억원)과 비교해도 20% 올랐다. 수은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565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수은은 15년 동안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해왔다. 2003년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사망하자 상속인들은 2000억원 규모의 현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5년 뒤 기재부는 수은의 건전성 개선을 위해 현물출자 형태로 교보생명 주식을 수은에 넘겼다.
그동안 3000억원에 달하는 교보생명 주식을 현금화하지 못한 이유는 유동화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매수자가 나타나야 지분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보생명 백기사로 일본 SBI홀딩스가 등장했다. SBI홀딩스가 향후 교보생명 지분 2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SBI홀딩스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 9.05%를 매입했는데, 여기에 더해 남은 FI 지분 등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SBI홀딩스가 들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은 9.1%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도시 수익률이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언제든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교보생명의 IPO 시기도 무기한 연기된 분위기다.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시장 수요에 따라 지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원활한 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언제 IPO를 추진할지 미지수다. 교보생명은 현재 IPO보다는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상장 이후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 신창재 회장 자녀들의 승계 비용 부담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은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3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해 본연의 업무인 수출 금융에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상호관세 정책 여파로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가 21일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28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우리 기업들을 지원키로 했는데, 이 중 수은의 역할이 상당하다. 관세 피해기업의 위기 극복 자금은 물론, 저금리 융자 및 컨설팅도 추진한다. 오는 7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유예 기간 만료 이후에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자금 지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수은 측은 "현재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수은이 교보생명 지분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몇 년 간 생명보험업종 전반적으로 실적이 낮지 않아서 (현금화할 경우 수익률이 좋은 시기에 맞춰) 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