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자산운용, 수익 떨어진 속사정

오경희 기자 기사승인 2023. 05.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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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업계 맏형'인 삼성자산운용 서봉균호(號)가 올 1분기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실적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AUM)은 300조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배인 반면 순이익은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수년째 실적 순위는 2~3위에 머무르고 있다.

양 사간 실적은 해외 수익이 갈랐다. 상장지수펀드(ETF) 선구자인 삼성자산운용이 20여 년간 전통 강자로서 내수에 집중한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발 빠르게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모회사인 삼성생명의 보수적인 '업(業)' 특성 상 공격적인 투자에 한계를 보여왔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금융그룹의 모태로, 최대주주인 박현주 회장의 지휘 아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펼쳐왔다.

임기 2년 차인 서봉균 대표의 최대 과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삼성그룹이 외국계 금융사 출신인 서 대표를 기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취임 후 글로벌 인재 영입 및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삼성자산운용은 선제적으로 국내외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92억원, 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7.5% 감소했다. 업계 2위를 기록했다. 해외 펀드 헷지(위험 분산)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이 소폭 감소했다는 게 삼성자산운용의 설명이다.

덩치와 역사로 보면 '맏형'인 삼성자산운용의 실적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계속 밀리고 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분기 순이익은 1046억원으로 17%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에 비해 5.4배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

삼성자산운용의 이달 18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300조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142조원)의 2.1배 규모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한국 1호 ETF인 '코덱스(KODEX)200 ETF'를 내놓은 뒤 21년 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6년 ETF 시장에 진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2위다. 5년 전 3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양 사의 점유율 격차는 5%포인트 내외로 좁혀진 상태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자산운용이 '전통 강자'란 타이틀에 안주해 내수형 경영에 치중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후발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현지 ETF 운용사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글로벌 테마형 상품을 출시해 수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올 3월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해외법인 수는 4개뿐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3개다.

애초 실적 차이는 그룹 내 입지와 사업구조가 다른 데 기인한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 특성 상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에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금융그룹의 모태로, 박현주 회장이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으로 이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분기 지분법 이익은 8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심기일전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2021년 말 외국계 금융사 출신인 서봉균 대표를 낙점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그간 삼성생명 출신이 사령탑을 꿰차온 만큼 서 대표의 선임은 이례적인 인사로 꼽혔다. 서 대표는 모건스탠리·씨티그룹·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그룹을 거쳐 2020년부터 삼성증권에 몸담았다.

서 대표 역시 취임 후 해외 사업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미국 ETF 특화 운용사인 앰플리파이의 지분 20%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고, 외국계 운용사 출신 인재들을 영입해 진용을 재정비 했다. 상품 또한 2차전지·메타버스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테마와 섹터를 발굴해 상장하고 있다. 올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0종의 S&P500 라인업을 구축했다.

앞으로도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 ETF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외투자 ETF 상품 공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액티브 ETF 시장에 우수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고, 채권형 ETF 시장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익에 급급하기보다 시장을 주도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시장에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삼상자산운용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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