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박현주의 우보만리 20년…미래에셋, 글로벌 IB 성큼

오경희 기자 기사승인 2023. 05.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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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우보만리(牛步萬里,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

글로벌 영토를 개척해온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지난 20년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는 한국 금융의 해외 진출 선봉장을 자처하며 '투자 외길'을 걸었다. 미래에셋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고, 이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대내외 투자 환경 악화에도 미래에셋이 지속 성장한 비결이다.

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미래에셋의 해외법인 세전순이익은 최근 5년 간 7배 급증했다. 동물적 투자 감각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전략이 주효했다. 그는 올해도 해외 영토를 더 넓히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투자은행)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서다.

17일 미래에셋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해외법인의 세전 순이익은 4500억원으로 최근 5년 간 6.8배 증가했다. 2017년 수익은 660억원 규모였지만, 이듬해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 전략가(GSO)로 취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게 미래에셋의 분석이다.

창업주인 박 회장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1997년 미래에셋을 설립한 후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시장(홍콩)에 진출했다. 승부사 기질을 가진 그는 이 당시 "내가 실패하더라도 한국 자본시장에 경험은 남는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선 '금융 후진국인 한국이 선진국에 상품을 팔 수 있겠나'란 시선이 팽배했다.

그의 도전은 결실을 맺었다. 20년 동안 미래에셋은 전 세계 16개 지역에 39개 글로벌 네트워크(해외법인 및 사무소)를 확장했다. 홍콩을 비롯해 인도, 영국, 중국, 베트남, 몽골, 브라질,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아랍에미리트,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콜롬비아, 인도네시아까지 깃발을 꽂았다.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현지 법인 10개, 사무소 3개 등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졌다.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0년 현지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새 역사를 쓴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ETF 운용규모(AUM)는 2017년 10조원에서 작년 말 기준 135조원으로 13.5배 불어났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9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박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혔다. 시간과 비용이 들고 불확실성이 크지만 현지 기업의 노하우, 인지도, 시장 점유율 등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캐나다(2011년), 미국(2018년), 호주(2022년) 등 글로벌 ETF 운용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올해엔 싱가포르 리츠 운용사 인수 본계약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ETF 산업 초기 단계인 이머징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2012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진출, 이듬해 아시아 계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중남미 지역에 ETF를 상장했다.

세계 자본시장을 향한 박 회장의 도전은 계속된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게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에선 압도적인 1위에 올랐지만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은 17조원(증권 11조원 포함)으로, 아시아 IB인 일본 노무라(28조원)와 중국 중신증권(34조원)에 비해 아직 뒤처진다. 이에 미래에셋은 '아시아 1등, 금융 수출 1등'을 목표로 세웠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성과는 창업주인 박현주 회장이 창업 초기 때부터 강조해온 '도전과 혁신 DNA' 를 통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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