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전자, 반도체發 실적 쇼크…14년만에 적자전환 위기

박지은 기자 기사승인 2023. 0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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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반도체 영업익 6000억원대 추정
낸드 사업도 영업손실 1조원대 예상
최악 실적에도 주가 6만원대로 올라
6월 이후 메모리 반등 기대 심리 반영
한종희 부회장 "하반기엔 실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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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동반 침체에 빠졌던 2012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낸드 부문에서는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1분기 반도체 사업이 14년만에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 영업이익 1조원↓…2012년 이후 처음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지난해 4분기 4000억~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분기 DS 부문 영업이익 5조1000억원보다 90%가량 급감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1조원에 못 미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2년 1분기(7800억원) 이후 11년만이다. 지난해 3분기 초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이 쏟아지자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스마트폰, 서버, PC 등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했고, 전반적인 재고 조정에 돌입했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3사인 샤오미·오포·비보는 스마트폰 생산을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구글·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메타·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도 설비투자 규모와 시점을 조절했다.

삼성전자 측은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가격이 4분기 중 지속 하락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기존 전망보다 확대돼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낸드 사업에서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6000억원대로 예상한다"며 "낸드의 재고평가손실이 1조원가량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마트폰, 서버용 낸드 가격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쌓아뒀던 재고자산 평가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도 일제히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64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매출 70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2000억원을 예상하며 "반도체 사업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14년만에 적자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는 일주일만에 9.3% '훨훨'…재고정점이 트리거
어닝쇼크, 적자전환 전망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8% 오른 6만700원에 장을 마쳤다. 최악의 실적 성적표에 감산·설비투자 축소 전망이 커지며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종가기준 6만원대를 탈환한 건 지난해 12월 14일(6만500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9% 급락한 분기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발표한 지난 6일에도 상승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종가(5만5500원)에 비해 9.3%나 오르는 등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메모리 업황 반등 가능성에 투자 심리가 먼저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 주가는 통상 6~9개월 후를 예측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인 6월, 9월 이후 수요가 살아난다면 투자 시점은 1~2월인 셈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1~2월은 하반기를 바라보고 분할 매수에 나서도 괜찮을 타이밍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기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하반기에는 조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조금 더 노력해서 의미있는 숫자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 17조5000억원에 이르던 분기 영업이익이, 2020년 1분기 6조4000억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실적이 하락 곡선을 그렸던 2019년 초부터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2019년 1월 4일 3만7450원이었던 주가가 같은 해 12월 30일 5만5800원까지 48.9%나 오른 것이다. 반대로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2021년 3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트리거를 '재고정점'에서 찾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재고정점을 기록한 시점의 직전 분기부터 주가 반등이 시작됐고, 재고정점 후 9개월간 25~80%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정점은 올 2분기로 보여 1분기부터 주가 반등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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