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현대百그룹, 두개의 지주사체제 전환…정지선·정교선, 오너일가 지배력 높이기

김지혜 기자 기사승인 2022. 09. 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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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현대백화점홀딩스 신설
현대그린푸드도 현대지에프홀딩스 신설하며 지주회사 재편
정지선 17.1%+α, 정교선 28.3%+α 지분율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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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이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구축한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투자법인과 사업법인으로 인적분할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현대백화점을 주축으로 유통부문을 형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비유통부문을 동생 정교선 부회장이 이끄는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보기도 하지만, 오너일가 경영권 강화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지선 회장은 인적분할에 따라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의 지분 17.1%와 함께 현대백화점 17.1%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 역시 현대지에프홀딩스(가칭) 지분 23.8%와 현대그린푸드 23.8%를 가지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 전환하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발표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은 결과적으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지배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할할 예정인 두 회사 모두 자사주를 얼마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두 형제 모두 존속회사로 전활될 예정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고스란히 보유해 향후 재원마련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 17.1%, 현대그린푸드 1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배경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정 회장이 73.4%로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A&I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도 현대백화점 지배력은 21.4% 수준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23.8%를 보유하고 있고, 정 회장은 2대 주주다.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보유한 지분으로 그룹의 회장으로서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갖는 인적분할로 현대백화점 지분 17.1%를 보유한 정 회장은 투자회사로 신설되는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도 17.1%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인적분할 이후 교환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사는 상장사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가 현대백화점 자회사 편입을 위해 현대백화점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고 대신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정 회장도 현대백화점 지분 17.09%를 현대백화점홀딩스에 모두 넘기는 대신 신주를 부여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가치를 얼마만큼 인정받느냐에 따라 신주 배정 비율이 달려져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20% 중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기존 23.8%보다 높은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자사주 각각 6.6%와 10.6%도 실효지배력을 높여준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시에는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정돼 자사주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서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지주회사 전환을 오너일가 지배력 확대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은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확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추가적으로 경영권 강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지선 회장의 지분율은 17.1%로 높지 않지만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 하는 과정을 통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알짜회사인 한무쇼핑의 사업회사 분리는 현대백화점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무쇼핑의 사업회사에서의 분리는 기존에도 평가를 받고 있던 백화점 사업부에 대한 분할을 야기한다"면서 "기업 가치에 있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과 무역협회의 합작법인으로, 무역점, 킨텍스점, 충청점, 목동점, 남양주 아울렛, 김포아울렛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2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다.

시장반응도 싸늘하다. 현대백화점은 19일 종가 5만8300원을 기록했다. 인적분할 발표일 대비 2300원이 떨어졌다. 현대그린푸드도 4.37% 떨어진 7010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적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과거에도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에 이를 명확히 구조화한 것일 뿐"이라면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함으로써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며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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