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갈길 바쁜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골프장 인수 결단한 속내는?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6.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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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관계사 NSIC 자금지원 목적 커
부지 용도 바꿔 개발사업 추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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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포스코그룹이 최근 인천 송도에 있는 골프장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를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골프장 등 레저시설을 유휴 자산으로 보고 유동화해 주력 사업에 투자하는 다른 대기업들과 상반된 행보기 때문이다.

직접 골프장 인수에 나선 포스코O&M(오앤엠)은 포스코건설 자회사지만, 포스코홀딩스도 지분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골프장 인수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한 지주사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포스코 측은 전문 자회사를 통해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수익성 향상 등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관계회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재무개선을 돕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골프클럽 자체가 적자를 내고 있는데 고가에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NSIC는 포스코건설이 송도 국제신도시 개발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인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적자가 더 누적되면 재무 부담이 포스코건설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NSIC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70.1%는 홍콩계 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산하 골프장 운영 기업인 포스코오앤엠은 지난 16일 NSIC로부터 인천광역시 송도에 있는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GC)의 영업권 및 자산 부채 등을 모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양수가액은 700억원으로, 여기에 잭니클라우스GC 기존 회원권 부채 2300억원 가량을 합하면 총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오앤엠은 포스코건설이 지분 52.83%,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47.17%를 보유하고 있다. 영업 양수를 위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또한 골프장 인수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는 다른 대기업들과는 상반된 행보라 최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진의 결단이 필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대기업들은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투자를 늘리며 골프장 등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한화그룹이나 SK그룹, 호반그룹, 한라그룹도 모두 골프장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골프장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골프장은 매년 수십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인수가가 3000억원대로 다른 골프장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잭니클라우스GC는 18홀로, 홀당 가격으로 따지면 166억원에 달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포스코그룹은 골프장 운영사인 포스코오앤엠을 통해 잭니클라우스 GC를 기존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점을 발굴해 수익성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골프장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은 부실 관계회사인 NSIC에 대한 자금지원 성격이 더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던 NSIC는 포스코건설이 송도 국제신도시 개발을 위해 설립했던 합작사로,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개발이 진행중인데다 기존에 협력했던 게일 인터내셔널과 경영권 분쟁 소송도 겪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포스코건설은 분양 지역 건설 수주를 받았고, NSIC에 채무보증도 서고 있어 부실이 전이될 위험도 있는 만큼, NSIC 재무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며 최정우 회장은 사업회사들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효율화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골프장 인수를 결단하면서 부실 확대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골프장 확보를 통해 그룹 대내외적으로도 활용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여러 개선사항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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